[특파원 리포트] 아기상어와 아리랑

입력 2019.10.25 03:15

박순찬 실리콘밸리 특파원
박순찬 실리콘밸리 특파원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San Jose) 공연장에서 만난 한국 캐릭터 '아기상어'의 인기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상어 옷을 맞춰 입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고, 캐릭터 인형과 티셔츠를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인종·성별·나이 모두 제각각인 이들이 아기상어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한국의 10년 차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가 이뤄낸 성과다.

스마트스터디가 세상에 없던 걸 내놓은 건 아니다. 아기상어 노래는 미국 구전동요인 '베이비샤크(Baby Shark)'를 각색한 것이다. 아기와 엄마·아빠·할아버지·할머니 상어가 차례로 등장하고, 이들이 사람을 공격한다는 내용의 노래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이 팔다리를 뺏기고, 안전요원(라이프가드)이 등장해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등 버전도 조금씩 다르다. 입으로 전해지는 동요의 특징이다.

스마트스터디는 2015년 노래를 각색하고 귀여운 상어 캐릭터를 입힌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가사도 상어 가족이 물고기 떼를 쫓고 결국 모두 살았다는 밝은 내용으로 바꿨다. 음악은 신나게 편곡하고 귀여운 율동도 더했다. 현지 매체들이 "다소 기괴했던 추억 속 베이비샤크가 귀여운 동요로 돌아왔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조회 수 37억회, 유튜브 전체 5위라는 기록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표절 논란도 생겼다. 지난 3월 미국 동요 작곡가 조니 온리(Only)는 자신이 2011년 유튜브에 올린 리메이크곡과 유사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조회수 16만여회인 이 노래는 언뜻 듣기에 아기상어와 비슷하다. 온리 측은 '아리랑'을 예로 들며, 원곡은 저작권이 소멸됐어도 '2차 창작물'의 권리는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스마트스터디 측은 "구전동요를 각색했을 뿐 표절하지 않았다"며 "아기상어 역시 별개의 2차 창작물로 한국과 미국, 중국에 저작권이 등록돼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문가 감정(鑑定) 등 재판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년쯤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똑같은 구전동요를 각색했지만 시장은 4년 늦게 나온 스마트스터디의 노래를 택했다. 최근 미국 방송에서 화제가 된 유튜브 영상(Baby shark and Alexa)에는 한 흑인 여자 어린이가 인공지능 스피커에 '베이비샤크'를 틀어달라고 말하는 모습이 나온다. 먼저 조니 온리의 노래가 나오자 별 반응이 없던 아이는 스마트스터디의 노래가 나오자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한 나라의 구전동요를 외국 기업이 재해석해 그 나라 어린이를 춤추게 한다면, 그것이 혁신 아닐까. 해외의 누군가 '아리랑'으로 한국 어린이를 춤추게 하고 세계시장에서 돈을 번다고 생각해보라. 스마트스터디는 그런 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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