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과 천국? 공산 국가 북한에선 존재하지 않아… 문학이 그 역할 해야"

조선일보
입력 2019.10.24 04:37

알바니아 참혹한 역사 알린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노벨상 한트케, 문학의 線 넘어"

공산 정권의 탄압을 받았던 이스마일 카다레는 “독재자들은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가 유명할수록 더욱 싫어한다”고 했다.
공산 정권의 탄압을 받았던 이스마일 카다레는 “독재자들은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가 유명할수록 더욱 싫어한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이스마일 카다레(83)가 있기 전, 알바니아는 유럽에서 잊힌 나라였다. 그가 27세에 발표한 '죽은 군대의 장군'이 번역되면서 나치와 파시스트 군대에 차례로 점령당한 알바니아의 참혹한 역사가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자국 군인의 유해를 거두기 위해 알바니아를 떠도는 외국인 장군의 시선으로 전쟁의 추악함을 폭로한 소설로 카다레는 '조국 알바니아보다 유명한 작가'라 불렸다.

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23일 내한한 카다레는 "알바니아는 유럽에서 가장 고립되고 가장 독재가 심한 나라였다"면서 "이탈리아와 80㎞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서방세계에 대해 말할 수 없었고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굴어야 했다"고 말했다.

복수를 허용하는 알바니아 관습법에 따라 끝없이 살인이 이어지는 비극을 그린 '부서진 사월', 2차 대전 당시 상황을 소년의 눈으로 묘사한 '돌의 연대기' 등 조국의 현실을 신화나 우화처럼 그려냈다. 공산 정권과 전체주의를 고발하는 소설들로 탄압을 받다 1990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카다레는 "가공된 역사가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면서 "계속 알바니아 전설과 민담을 차용해 글을 쓰면 감옥에 갈 것이란 협박까지 받았다"고 했다. "공산주의 정권에 있던 모든 작가는 권력의 억압에서도 계속해서 표현하기 위해 풍자란 방식을 찾아냈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한트케가 옹호한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은 알바니아계 인종 청소를 주도한 인물이다. 카다레는 "작가의 정치 성향과 작품을 따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문학이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면서 "밀로셰비치의 학살을 옹호한다는 건 발칸 반도에선 용납할 수 없는 태도"라고 했다. 카다레 역시 매년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다.

카다레는 공산 국가인 북한에 대해 "낙원이나 천국 같은 말을 자주 쓰겠지만 그들의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라며 "끊임없이 인간성을 향해 나아가는 문학이 그들에게 낙원과 천국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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