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용기에 6시간 유린당한 하늘

입력 2019.10.23 03:00

폭격기·전투기 등 6대 동시출동, 한국방공식별구역 무단진입
2대는 서해까지 이례적 비행… 우리 전투기 10여대 대응출격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등 러시아 군용기 6대가 22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6시간 가까이 무단 진입해 우리 전투기 10여대가 긴급 발진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러시아 군용기들의 KADIZ 무단 진입은 올해에만 20차례였다고 군은 밝혔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KADIZ에서의 공세적 활동을 늘리면서 한국이 주변 강국의 '동네북'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는 이날 KADIZ를 무단 진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KADIZ를 무단 진입한 러시아 군용기 중 전략폭격기 2대는 동해와 제주도 남쪽을 거쳐 서해 충남 태안반도 인근까지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군이 경고 방송 등 대응에 나섰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한반도를 포위하듯 비행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가 동해 KADIZ를 무단 진입한 적은 많지만, 동해·남해를 거쳐 서해까지 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러 군용기 6대가 한꺼번에 출동해 KADIZ에 무단 진입하고 이 중 일부가 서해까지 비행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러시아가 우리 군의 대응 출격에도 한반도 인근에서 6시간 가까이 작전을 한 것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한국을 투명인간 취급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최근 한·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등 한·미 간에 벌어진 틈을 노리고 러시아가 '간'을 본 것"이라며 "의도적 도발이며 북한·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한국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과시한 행동"이라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러시아가 간파했고, 앞으로도 이런 도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조종사들은 국제 규범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했다.

러시아 군용기들은 이날 KADIZ뿐 아니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도 여러 차례 무단 진입했다. 이는 미국이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 탈퇴 후 한국·일본 등을 중거리 미사일 배치 후보지로 검토하는 상황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미국의 이 같은 배치 움직임에 강력 반발해왔다. 러시아 군용기들이 KADIZ와 JADIZ를 들락날락하던 시각 도쿄에선 일왕 즉위식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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