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연 회원들, 영장 기각 10분 만에 "앞장서 더 열심히 투쟁"

입력 2019.10.22 13:00

주한미대사관저 담을 넘어 무단 침입해 반미시위를 벌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친북(親北) 성향 대학생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일부가 21일 밤 영장이 기각돼 석방된 직후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고 했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법원은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진연 회원 7명 중 4명을 구속하고 3명에 대해선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증거가 수집돼 있는 점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사유를 밝혔다.

지난 21일 대진연 회원들이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함성을 지르고 있다. /대진연 페이스북 캡처
지난 21일 대진연 회원들이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함성을 지르고 있다. /대진연 페이스북 캡처
법원이 기자단에 대진연 회원 영장 발부와 기각 사실을 알려온 시각은 전날 오후 9시 40분쯤.
10분 뒤인 오후 9시 50분쯤 A씨와 B씨는 구속 대기하던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으로 나왔다.

이들은 곧바로 경찰서 앞에서 기다리던 다른 대진연 회원들과 함께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A씨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6조원은 말이 안 된다"며 "정당한 목소리를 내고자 대사관을 방문했을 뿐"이라고 했다. 경찰 연행 이후 거듭 제기한 ‘항의 방문’이었다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A씨는 또 "사다리를 이용해 방문하는 우리를 무리하게 경찰이 잡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을 뿐인데, 이를 ‘폭행’이라고 했다"며 "우리를 폭력적으로 연행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사법당국의 처사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나머지 학생들이 석방될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고 했다.

지난 18일 오후 3시쯤 친북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대사관저 담장에 사다리를 대고 관저 안으로 넘어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지난 18일 오후 3시쯤 친북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대사관저 담장에 사다리를 대고 관저 안으로 넘어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B씨 역시 "대한민국은 자주적 국가인데, 미국에 6조원을 더 내야 한다는 현실을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 한 일"이라며 "(구속영장이 발부된) 4명의 동지가 남아있는데, 동지들이 나올 때까지 함께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앞장 서서 나가겠다"고 했다.

영장 기각으로 서울 종암서에서 풀려난 C씨도 22일 오전 2시쯤 페이스북에 "같이 와야할 동지 4명을 두고 나오니, 뭘 자꾸 잃어버린 듯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게 되고 눈 감았다 다시 뜨게 되고 잠이 오질 않는다"며 "데리러 갈께요. 꼭"이라고 썼다.

대진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학생들이 뛰어넘은 것은 일개 미대사관저의 담장이 아니라, 한 나라의 주권을 희롱하며 현대판 조선 총독부로 행세하고 있는 미국의 중심부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록 4명의 대학생들이 구속되어 있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고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싸우겠다"며 "시간이 지나갈수록 드러나고 있는 비정상적인 한미관계, 노골적인 방위비분담금 5배인상 압박을 막아내고, 4명의 대학생들을 당당하게 석방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국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혐의 등으로 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진연 회원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미국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혐의 등으로 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진연 회원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범행 인정·진술태도, 구속 필요 없다"…석방 대학생은 "앞장 서 투쟁할 것"
경찰에 따르면 대진연 회원 19명은 지난 18일 오후 2시 56분쯤 사다리 2개를 이용해 3m 높이의 담벼락을 넘어 미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하거나, 이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총 9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중 7명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을 열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진연 회원 7명 중 3명의 영장을 기각했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A씨와 B씨에 대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증거가 수집돼 있는 점, 주거침입이 미수에 그친 점, 범행의 전체적인 경과,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C씨의 영장을 기각하며 "가담 경위나 정도, 심문 과정에서의 진술 태도, 피의자의 주거 및 가족관계, 전과 관계를 종합할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 내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통적으로 혐의를 인정하고 있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A씨 등은 영장 기각으로 석방되자 곧바로 ‘앞장서서 투쟁하겠다’고 얘기했다.

경찰은 우선 이번주 동안 수사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서 확보한 영상물들은 분석이 끝난 상태"라며 "추가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영장 기각 3명 ‘방북 승인 요구’ ‘황교안 구속실천단’ ‘김정은 환영 실천단’ 이력
사정당국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기각된 A씨는 지난 5월 "대학생들의 평양여행"을 요구하며 통일부 앞에서 열린 ‘방북승인 요청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대학생 평양여행으로 한반도의 봄을 이끌겠다"며 "통일부는 더이상 수많은 대학생들의 바람과 설렘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일에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반개혁 검찰난동 중단! 윤석열 사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검찰이 지난 한 달간 보여준 수사 능력을 이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보여줘야 할 때"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백두칭송위원회’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환영 행진’에서, 한 참가자가 “김정은 위원장님 환영합니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몸에 두르고 있다. /권오은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백두칭송위원회’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환영 행진’에서, 한 참가자가 “김정은 위원장님 환영합니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몸에 두르고 있다. /권오은 기자
B씨는 대진연 노래단 ‘내일’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진연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을 실현한다는 목표로 활동하며, 김정은이 서울에 올 때에 맞춰 공연준비를 하기도 했다. B씨는 지난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 서울방문 환영공연을 준비하는 남측 예술인 모임’이 광화문광장에 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B씨는 또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진연 산하 ‘황교안 구속실천단, 대황장파티(구속실천단)’라는 조직 발대식에도 참여했다. ‘대황장파티’라는 조직명은 어이없는 상황을 일컫는 ‘대(大)환장파티’라는 신조어와 황 대표의 성(姓)을 합친 것으로 보인다. 구속실천단은 게임 용어를 빌어와 황 대표를 ‘보스몹(보스 몬스터·boss monster의 줄임말)’, 윤석열 검찰총장을 ‘중간 보스몹’ 등으로 부르며 "때려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씨는 2018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의 한 지역구에 최연소 후보자로 출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지난해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취지로 대진연 산하에 조직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 꽃물결 실천단’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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