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 프로 개편했지만… 중립성 잃은 건 여전히 똑같네

조선일보
입력 2019.10.21 03:00

'더 라이브' 진행자가 출연자에게 "검찰 편 들면 욕먹을 것" 발언
시청자 "노골적 정부 편들기 실망"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지난 14일 밤 KBS 1TV '더 라이브'에 나온 한 시사평론가는 "국민 다수가, 아니 절반이 '과잉 수사' '표적 수사'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서초동에 수백만 명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국민 절반' 운운하며 말한 내용이 그대로 생방송 전파를 탄 것이다. 시청자게시판에는 "공영방송이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문제에 대해 매우 편파적으로 피의자 측 대변만 하다니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올라왔다.

'특정 정치 진영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BS 시사 프로그램 '시사직격'(왼쪽)과 '더 라이브'.
"특정 정치 진영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BS 시사 프로그램 '시사직격'(왼쪽)과 '더 라이브'. /KBS
이 프로그램은 김정은 숭배 집단인 '위인맞이 환영단' 인터뷰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오늘밤 김제동' 후속으로 기획돼 매주 월~목요일 밤마다 방송된다. 팟캐스트로 시작해 '저널리즘토크쇼J'로 얼굴을 알린 방송인 최욱이 한상헌 KBS 아나운서와 진행한다. 방송에선 현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의식한 발언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대규모 광화문 집회가 열린 지난 9일 '나꼼수' 출신 김용민이 나와 "이 집회가 헌정 유린 의도를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검찰 셀프 개혁 가능할까'를 주제로 한 17일엔 진행자가 출연자에게 "참고로 검찰 편을 들어주면 욕을 많이 먹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KBS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아무리 우스개지만, 공영방송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면서 "노골적인 정부 편들기가 '오늘밤 김제동'보다 더 심하다"고 했다. 첫날 4.7%(닐슨코리아·전국 가구 기준)로 시작한 '더 라이브'는 17일 2.7%로 시청률이 떨어졌다.

'추적60분'과 'KBS스페셜'을 폐지한 뒤 만든 '시사직격'도 다르지 않다. '검찰 개혁'을 주제로 다룬 4일 첫 방송에서 제작진은 검찰이 특정인에 대해 무리하게 진행한 수사 사례를 열거한 뒤 "검찰 개혁에 대한 열망이 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18일에는 "(조국 사태로 인한 정치 마비는) 언론들의 잘못이 60% 정도 된다"는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는 조국 사태에 대해 여권이 갖고 있는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청자들은 게시판에 "국민 수신료로 만드는 방송에서 더 공정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KBS 의사 결정권자들이 시청자가 아닌 정권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공영방송에 걸맞은 편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데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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