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라이프] 전쟁 붙은 베트남 서민들 커피 시장

입력 2019.10.21 03:11

이미지 호찌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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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 시내로 들어오는 '응우옌 휴 깐' 도로에는 아침마다 수십 개의 손수레가 늘어선다. 출근 시간 정체가 심한 길에서 폭 1m 높이 1~2m짜리 손수레에서 쌀국수, 죽, 두부, 샌드위치 등 다양한 아침 식사를 판다.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2만~3만동(1000~1500원)으로 저렴해 출근족들에 인기가 많다. 특히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서민층이 주로 이용한다. 연유를 듬뿍 넣은 진한 베트남식 커피 '카페 쓰어다'도 인기 품목 중 하나이다.

최근 이 '서민 길거리 푸드 마켓'에 새로운 메뉴가 등장했다. 대형 커피 브랜드 업체들의 커피다. 베트남 전역에 262개 매장을 보유한 '하이랜드 커피'는 지난 8월 호찌민시에서 4~5개의 손수레 상점을 론칭했다. 오전 7~9시 출근 시간에만 운영한다. 쌀국수 등을 파는 서민 손수레와 달리 커피 브랜드 이름을 붙여 깔끔하게 만들었고 세련된 유니폼을 입은 직원도 배치했다.〈사진〉 회사 측은 "교통량 많은 곳 중심으로 손수레 상점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인스턴트 커피 업체인 '비나 카페'도 1만2000~1만4000동(600~700원)짜리 커피를 판매하는 손수레 상점을 냈다. 한 곳에서만 하루 50여 잔이 팔린다고 한다.

베트남에 커피는 1857년 프랑스인이 처음 소개했다. 이후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 됐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라는 원두를 주로 생산한다. 베트남인들은 진한 커피에 연유를 섞어 먹거나 얼음을 녹여 먹는 식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발전시켰다. 시장조사기관 켄 리서치는 "베트남의 커피 소비량은 매년 7.9%씩 늘고 있다"고 했다.

전쟁 붙은 베트남 서민들 커피 시장
1990년대 말 고급 커피 전문점과 아메리카노 등을 판매하는 서양식 커피 프랜차이즈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로 젊은 층과 부유층을 상대로 한 중·고급 매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커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매장형 커피 전문점들의 경우, 저가 커피 브랜드를 내놓는 전략을 쓰고 있다. 베트남의 최고급 커피 전문점 업체인 '쭝우옌 커피'는 최근 테이크 아웃 전용 브랜드 'E-coffee'를 출시했다. 4~40㎡(1~12평)짜리 소규모 매장이다. 기존 브랜드 커피 값은 6만~15만동(3000~7500원)인데, 'E-coffee' 매장에선 2만2000동(1100원)에 마실 수 있다. 창업 비용도 기존 매장의 8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 손수레 시장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프랜차이즈 업체로선 쉽게 상점 수도 늘리고, 브랜드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지 언론 브이엔 익스프레스는 "중·고급 커피 시장이 포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시장 규모가 크고, 투자 비용이 낮은 길거리 상점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비나 카페 관계자는 "손수레 상점은 투자 금액이 적어 젊은 투자자들도 쉽게 상점을 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손수레 상점 진출은 아직 초기라 큰 반발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점이 많아지면 서민 상인들과 프랜차이즈 업체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회사원 응우옌 옌씨는 "대형 브랜드들은 아이를 안은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새벽부터 나와서 일하는 길거리 상점에 진출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으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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