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다 안다, 속리산에 펼쳐진 '스포츠 세상'

입력 2019.10.18 03:00

[뜬 곳, 뜨는 곳] '스포츠 메카'로 변신한 충북 보은
육상·축구·야구장 등 한곳에 밀집… 매주 한 번꼴로 전국대회 열려
속리산 둘레길은 훈련장소로 제격… 케냐·중국에서도 전지훈련 와

작년에만 선수 등 27만여명 찾아… 식당·숙박업소 등 다시 북적

충북 보은군은 인구가 3만명에 불과하다. 이 작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달 전국 규모 스포츠대회가 열린다. 오는 20일 '속리산 단풍마라톤대회'를 비롯해 10월 한 달 동안에만 8개의 전국대회가 치러진다. 도 단위의 작은 규모까지 합하면 모두 18개나 된다.

오는 26일부터 '2019 결초보은배 전국 사회인야구대회'가 열릴 충북 보은군 스포츠파크 일대의 모습.
오는 26일부터 '2019 결초보은배 전국 사회인야구대회'가 열릴 충북 보은군 스포츠파크 일대의 모습. 지난 12일 드론으로 촬영했다. 스포츠파크에는 400m 트랙을 갖춘 천연잔디 축구장, 야구장, 그라운드 골프장, 체육회관 등이 들어서 있다. 올해 말에는 탁구장과 배드민턴장을 갖춘 다목적 체육관도 신설된다. /신현종 기자
속리산 관광지로 친숙한 보은군이 스포츠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속리산은 1970~80년대 한 해 평균 관광객 220만명이 찾는 명소였다. 하지만 관광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속리산은 옛 명성을 잃었다. 200여곳에 달했던 음식점과 숙박업소는 하나둘 문을 닫았고, 관광과 농업에 의존했던 보은 경제는 크게 휘청거렸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은군이 꺼내든 카드가 스포츠 마케팅이다. 지난 2010년 취임한 정상혁(78) 보은군수는 스포츠 산업이 경제 유발 효과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고의 시설을 갖춘 스포츠 단지를 조성하고 전국 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천연잔디 축구장 1면, 야구장 1면, 야구·축구 겸용 구장 1면, 체육회관과 그라운드골프장, 실내야구 연습장, 씨름 연습장, 실내 육상 트랙 등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스포츠 시설을 갖추게 됐다. 올해 말까지 탁구장과 배드민턴장 등의 시설을 갖춘 다목적체육관과 3개 트랙을 갖춘 속리산 사계절 전천후 훈련장을 새롭게 건립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자연환경을 그대로 간직한 훈련지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속리산 말티재 꼬부랑길과 세조길이 대표적이다. 말티재 꼬부랑길은 해발 430m에서 480m 높이에 총연장 10㎞의 비포장 둘레길을 만들어 선수들이 달리기 훈련을 할 때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속리산 세조길(2.7㎞)은 주변보다 기온이 3∼4도 정도 낮아 무더위를 피해 운동을 할 수 있다.

지난여름 전지훈련과 국내 육상선수 훈련 파트너 역할을 위해 충북 보은을 찾은 케냐 중장거리 선수단이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 일원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여름 전지훈련과 국내 육상선수 훈련 파트너 역할을 위해 충북 보은을 찾은 케냐 중장거리 선수단이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 일원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보은군이 올해 새로 운영한 재활 및 심리상담·체력관리 센터도 선수들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다. 센터에는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프로 선수들에게 인기 있는 크라이오테라피(저온으로 신체 회복을 돕는 기구) 기기도 설치했다. 선수들은 이곳에서 재활과 컨디션 관리는 물론, 심리적인 부분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수한 시설을 기반으로 보은에서는 유소년부터 성인, 생활체육인부터 엘리트 선수에 이르기까지 매년 40여개에 이르는 각종 대회가 펼쳐진다. 우리나라 여자축구 리그(WK리그)도 보은에서 치러진다. 지난해에는 582개 팀의 전지훈련과 46개 전국대회를 유치했다. 8만5000여명의 선수를 포함해 모두 27만여명이 다녀가 270억원 규모의 지역경제 유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는 2만여명(9월 기준)의 선수가 34개의 전국 스포츠 대회에 참가해 열전을 벌였다. 올해 말까지 12개의 전국대회가 더 치러진다.

전지훈련지로도 인기다. 올해도 이미 491개 팀 5만3579명이 보은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29년 만에 여중생 400m 최고기록을 경신한 '육상계 김연아' 양예빈(계룡중 3학년) 선수는 "시설도 좋고 재활센터까지 있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보은을 찾는다. 지난여름 케냐 중장거리 선수단과 중국 청두 U-18 축구대표팀이 전지훈련을 위해 보은을 다녀갔다. 수지옌예 중국 U-18 축구대표팀 감독도 '시설이 매우 훌륭하고, 다방면에서 전지훈련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한산했던 숙박업소와 음식점이 선수단과 가족, 관중으로 북적이며 지역 경제가 다시 숨통을 트게 됐다. 스포츠마케팅 산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2010년 이전 속리산면에 17개에 불과했던 숙박업소는 40개(9월 기준)로 늘어났다. 음식점도 113개에서 132개로 증가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홍수복(63)씨는 "식당이 잘되니 지역 농산물 소비도 증가해 재료를 공급해주는 농민들도 덩달아 소득이 늘었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민철(63) 한국외식업중앙회 충북지회 보은군지부장은 "지난여름 추계 전국 중·고등학교 육상경기대회 때는 빈방이 없어 인근 지역까지 넘어갔을 정도로 경제 효과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매년 시설 투자와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여러 대회와 많은 전지훈련팀을 유치해 보은군을 명실상부한 스포츠 1번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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