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방안 소지품 남김없이 써내라" 음식재료 빼앗고, 공항 수속만 3시간

조선일보
입력 2019.10.17 03:00

한국 월드컵대표 평양원정 황당한 2박3일

"평양에 도착해 이것저것 수속받느라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3시간 가까이 걸렸다. 북한에 머무르면서 호텔과 경기장만 왔다갔다했다."

카타르월드컵 축구 아시아 2차예선 평양 원정을 함께한 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평양 원정을 "악몽 같았다"고 표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선수들의 고행(苦行)은 북한 땅을 밟자마자 시작됐다. 대표 선수들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가방에 든 소지품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손으로 써서 적어내야 했다. 북한 관계자들이 '이게 잘못됐다', '저걸 틀리게 적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퇴짜를 놓는 바람에 모든 선수단이 여러 번 다시 썼다고 한다. 선수단은 고기와 해산물 등이 담긴 메인 요리 재료 상자 3박스를 특별히 준비해 가져갔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압수당했다.

지난 14일 오후 4시 반 북한 땅을 밟았던 대표팀은 결국 3시간 가량 검사를 받고 밖이 컴컴해진 다음에야 진이 빠진 채 공항을 빠져나왔다. 이 축구협회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가 온 것을 인민들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일부러 어두울 때 우리를 이동시키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선수단은 휴대전화를 베이징 주재 한국 대사관에 일괄적으로 맡기고 평양으로 향했다. 책조차 북한 반입 금지 품목이라 들고 갈 수 없었다.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 문에는 보안요원이 지켜 산책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선수들은 호텔 방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면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선수단은 16일에도 외출 없이 호텔 방을 지키다가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국-북한전을 '유령 경기'라 표현했던 외신 보도처럼 한국 축구 대표팀은 평양에서 '유령' 취급을 받다가 17일 오전 한국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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