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좌파 워런 견제'로 확 바뀐 美 민주당 TV토론

조선일보
입력 2019.10.17 03:00

워런, 여론조사 1위 올라서자 다른 후보들, 4차 TV토론서 부유세 등 정책과 이념 공격
바이든은 黨 관심서 멀어져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엘리자베스 워런(70) 상원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주자로 올라서면서 그의 이념·정책도 본격적으로 검증대에 올랐다. 15일(현지 시각)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4차 민주당 TV 토론에서는 워런의 부유세 신설, 건강보험 공공화, IT 기업 해체 같은 공약에 대한 집중 공격이 쏟아졌다. 미 언론들은 "워런 대 나머지"(NBC) "워런이 최대 표적"(더 힐)이라고 전했다.

먼저 워런의 건강보험 완전 공공화(Medicare-for-all) 공약이 도마에 올랐다. 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오바마 케어에서 한발 더 나가 민간 보험을 배제하고 정부가 운용을 책임지는 구상으로, 국가 복지 개념이 약한 미국에선 매우 급진적인 제안이다. 에이미 클로버샤(59) 상원의원은 "중산층이 세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정책으로, 공화당의 공격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런이 "총비용(보험료와 세금 총액)에선 중산층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을 돌리자 피트 부티지지(37) 인디애나 사우스벤드 시장은 "증세가 필요한지 '예, 아니오'로 답하라"고 네 차례나 몰아붙였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오터바인대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4차 TV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이 서 있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오터바인대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4차 TV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이 서 있다. /AFP 연합뉴스

재산 5000만달러(595억원) 이상 부자에게 2%, 1억달러(1190억원) 이상에 3%의 부유세를 부과한다는 구상(Wealth Tax)도 비판을 샀다. 베토 오루크(47) 전 하원의원은 "워런 당신은 누군가를 벌주거나 국민을 편 갈라 싸우게 하는 데 초점을 둔 것 같다"고 했고, 클로버샤 의원은 "여기 있는 주자 중 억만장자 보호하자는 사람 아무도 없다. 부자를 벌하는 것만이 유일한 (부의 재분배) 대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아마존·구글 같은 거대 IT 기업의 독점과 개인 정보 남용을 막기 위해 기업을 분할하자는 워런의 공약에 대해서도 "대기업 해체한다고 중소 시장이 활성화될 것 같은가"(벤처기업가 앤드루 양) "반독점 규제면 몰라도 사기업에 직접 손을 대는 건 대통령의 영역이 아니다"(베토 오루크) 같은 지적이 쏟아졌다. 워런은 말문이 막힌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정책과 토론의 여왕' 워런 의원이 난타당한 건 앞선 세 차례 토론에선 없던 일이다. 통상 선두 주자가 표적이 되는 대선 토론의 불문율에 비춰보면, 그가 명백한 1위 주자로 올라섰다는 방증이다. 가장 최근 실시된 전국 단위 여론조사(퀴니피액대·11~13일)에서 워런은 지지율 30%로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27%)을 앞서는 등 1위 다툼을 벌이고 있고, 내년 2월 처음 경선을 치르는 아이오와·뉴햄프셔주에선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1위 때리기' 차원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날 토론은 워런의 이념·정책이 민주당 내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며, 그가 본선에 나갈 경우 중도·보수층과 재계까지 적(敵)으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공식화된 자리이기도 했다. 워런의 급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73) 대통령에게 재선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중도 성향으로 인지도가 높은 마이클 블룸버그(77) 전 뉴욕시장이 다시 출마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CNBC)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당내 관심에서 완전히 비껴난 모양새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아들 헌터 바이든(49)에 대한 진행자 질문에 "내 아들은 잘못한 게 없고, 나도 잘못한 것 없다"고 말했지만, 이에 대해 더 이상 따져 묻는 주자는 없었다. 이제 바이든 관련 의혹이나 정책 능력에 대해선 여론의 평가가 끝났고, 더 이상 공격할 가치도 없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간 민주당 토론에서 등한시됐던 대외 정책이 이날 이례적으로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과 동맹 쿠르드족 배신에 대해 많은 주자가 "현대 미 외교 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조 바이든) "이제 누가 미국 대통령의 말을 신뢰하겠나"(버니 샌더스) "테러 단체 IS 포로는 도망가게 놔두고 불법 이민자 어린이들만 감옥에 가두고 있다"(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며 맹비난했다. 그러나 '중동 철군'이란 큰 틀에선 이의가 없었다. 대표적 불개입론자인 워런 의원은 "중동에서 철군해야 하는 건 맞지만, 철군은 옳은 방식으로 스마트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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