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형 은행 도이체방크가 2000년대 초반 중국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에게 고액의 선물을 하고 고위 관료 자녀를 취직시켜줬다고 미국과 독일 언론이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집권 첫 5년간 당 기율위 서기를 맡아 부패 척결을 주도한 왕치산(王岐山) 현 국가 부주석도 선물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입수한 도이체방크 내부 조사 문건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선물 공세를 펼치며 중국 최고 지도부에 접근했다. 2002년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 요제프 아커만은 호랑이띠인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에게 크리스털 호랑이 조각상과 고급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음향 장비 등 1만8000달러(약 2150만원)어치 선물을 줬다. 아커만은 말띠인 원자바오 전 총리에게는 1만5000달러(약 1800만원)짜리 크리스털 말 조각상을 선물했다. 원 전 총리의 아들인 원윈쑹(溫雲松)에게 1만달러(약 1200만원)어치 골프 접대를 한 기록도 나왔다.
NYT는 왕치산 부주석이 베이징 시장(2003~2007년) 재임 당시 도이체방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어떤 선물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대형 국영기업 임원 등에게는 1945년산 프랑스 와인, 캐시미어 코트, 명품 가방, 골프채가 전달됐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도이체방크는 중국 인맥 확장을 위해 정계 고위 인사, 국영기업 관리직 자녀 100명 이상을 고용했다"며 "여기에는 현재 중국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서열 4위인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자녀들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딸은 자격이 미달됐지만 도이체방크 대외협력팀에서 채용 제안을 받았다. 도이체방크는 2010년 스위스 투자은행 UBS에 근무하던 왕양 당시 광둥성 서기의 딸을 스카우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