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권력에 어떻게 맞서는가 신문기자 통해 보여주고 싶었죠

조선일보
입력 2019.10.16 03:00

아베 정권 비판한 영화 '신문기자' 17일 개봉 앞두고 日 제작진 방한
배우 심은경, 사회부 기자로 출연

"두 번이나 연출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뉴스는 인터넷으로만 보고, 종이 신문은 본 적도 없어요."

15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문기자'를 연출한 후지이 미치히토(33) 감독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17일 개봉을 앞두고 감독과 프로듀서 가와무라 미쓰노부(70)가 한국을 찾았다. "끝내 감독을 맡기로 한 건 젊은 세대가 오늘날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야 한다는 가와무라씨의 간곡한 설득 때문입니다."

아베 정권의 사학 비리를 겨냥한 영화 '신문기자'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오른쪽)와 프로듀서 가와무라 미쓰노부.
아베 정권의 사학 비리를 겨냥한 영화 '신문기자'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오른쪽)와 프로듀서 가와무라 미쓰노부. 한국 배우 심은경이 사회부 기자로 출연한다. /뉴시스
일본에서 지난 6월 개봉해 소문을 타고 33만 관객을 동원했다. 정치 비판 영화가 거의 없다시피 한 일본에선 낯선 시도이자 이례적 성공이다. 가와무라 프로듀서는 "미디어가 정권과 어떻게 맞설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긍지에 대한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시대를 비추는 거울"(아사히신문) 등 호평을 받았다.

일본 도쿄신문 기자 모치즈키 이소코가 쓴 책에서 출발했다. 모치즈키는 2017년 한 정례 회의에서 관방장관에게 아베 신조 정권의 사학 스캔들에 관해 집요하게 질문해 화제가 된 인물. 영화에선 한 지역 신문사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심은경)가 '내각이 직접 대학 신설을 주도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파헤친다. 내각정보실은 수시로 편집국에 전화를 건다. "지금 취재하는 것은 오보다." 과장없이 정권의 거대한 비리와 각종 유착 관계를 폭로한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다.

아베 정권을 겨냥한 영화인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후지이 감독은 "(정권의)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지만 '해선 안 되는 게 아닐까'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걱정하는 주변의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했다. 가와무라 프로듀서는 "TV에서 우리 영화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라디오 홍보도 거절당했다. 몇몇 신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영화를 알릴 수 있었다"며 "이런 것이 바로 압력"이라고 했다.

새로운 플랫폼과 뉴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신문기자'를 소재로 삼은 건 여전히 전통 매체의 역할이 유효하다고 봤기 때문. 왜 신문을 다뤘느냐는 질문에 가와무라가 내놓은 답이 의미심장하다. "국민이 신문을 읽지 않는 건 정권으로서는 매우 기쁜 일입니다. 신문을 읽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신문이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기지가 되길 바랍니다." 그는 "일본에선 아베 총리가 보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문재인 대통령도 꼭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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