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족의 일로 더는 대통령님에게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4일 1308자(字) 퇴임사에서 '가족'을 8번 언급했다. 8번 모두 검찰 수사로 그의 가족이 힘들어하고 있고, 대통령에게도 누가 되고 있다는 취지로 사용했다. 법조계에선 "어이없는 퇴임사"라는 말이 나왔다. 검찰 수사는 아내 정경심씨와 자녀의 문제고 조 전 장관 본인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식의 퇴임사였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태도는 퇴임사 곳곳에 드러나 있다. 그는 "(검찰의) 가족 수사로 인하여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하였다"며 "가족들이 (검찰 수사로)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위조 논란에 휩싸인 자녀의 대학원 입시용 증명서 발급 등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그는 이번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아내 정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조 전 장관 역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퇴임사에서 '검찰 개혁'을 16번 말했다. "제 필생의 사명인 검찰 개혁을 위해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는 식이었다. 한 변호사는 "가족은 검찰 수사 대상일지 몰라도 본인은 검찰 개혁 투사(鬪士) 역할에 충실했다는 걸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