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상품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광활하게 펼쳐졌다. 그런데도 어수선하지 않은 건, 이 많은 물건이 비슷한 색깔별로 줄을 맞춰 가지런히 진열된 데다, 층층이 이어지는 선반마저 흐트러짐 없이 평행선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빼곡하게 들어찬 상품으로 비좁은 통로 이곳저곳에 물건을 고르는 손님들이 숨은그림찾기처럼 흩어져 있다. 초코바 수십 종, 음료수 수백 종, 과자 부스러기 수천 종이 사람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내뿜는 이곳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로변의 ’99센트 온리' 상점이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99센트, 1999년, 사진, 207.01×336.87cm, 로스앤젤레스 브로드 미술관 소장.

독일의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 ·1955년생)는 가게의 내부 사진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여러 장 찍고 이들을 자르고 바로잡아 이어 붙였다. 그러지 않으면 이처럼 폭넓은 광경은 양 끝으로 갈수록 휘고 흐릿해진다. 하나부터 열까지 반듯하고 또렷한 이 사진은 그래서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다.

모든 물건을 단돈 99센트, 1000원 남짓에 팔았던 이 가게는 1982년 로스앤젤레스에 처음 문을 열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지금은 우리도 대형 마트에 익숙해 별 감흥이 없으나, 그 시절만 해도 한국인들에게 미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로 마트가 꼽힐 만큼, 미국은 대량 소비와 대량 생산의 성지(聖地)였다. 차고 넘치는 상품으로도 모자라 이 모두를 99센트에 내준다니,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게 이 가게는 축복이었을 것이다.

2007년 이 사진이 330만달러, 우리 돈 40억원에 팔렸다. 당시 사진 사상 최고가였다. 말하자면 ’40억원짜리 1000원'이 된 셈이다. 이 둘의 놀라운 간격이 바로 이 사진의 의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