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태영 "연기가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에요"

  • 뉴시스
입력 2019.10.13 10:56


                KBS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배우 기태영
KBS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배우 기태영
탤런트 기태영(41·김영우)은 결혼을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꼽는다. 2011년 그룹 'S.E.S' 출신 유진(38)과 결혼, 두 딸 로희, 로인을 키우고 있다. KBS 2TV 예능물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일상을 공개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슬럼프로 인해 4년 동안 공백기가 있었다.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로 오랜만에 복귀했는데, "현장이 제일 즐겁다"며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국밥집을 운영하는 엄마 '박선자'(김혜숙)과 세 딸 '강미선'(유선), '강미리'(김소연), '강미혜'(김하경)의 이야기다. 기태영은 출판사 '돌담길' 대표이자 편집장인 '김우진'으로 변신, 미혜와 로맨스를 그렸다. 무엇보다 캐릭터다 마음에 들었다며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상대역인 김하경(27)의 연기력 구설로 많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함께 호흡하는 신이 많아서 집중하기 쉽지 않았을 터다. "너무 안 좋은 댓글이 많았다. 모르는 사람도 있느냐"면서 "하경이가 어느 순간 얼굴색이 안 좋아져서 처음에는 '기운이 안 좋나?' 생각했다. 하경이를 위해서 포장해서 조언을 많이 했는데, 댓글을 보고 흔들리는 모습을 많이 봐 걱정됐다. 신인들은 다 배우는 과정이라서 나중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태영은 1997년 KBS 2TV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했다. KBS 주말극은 '엄마가 뿔났다'(2008) 이후 11년 만이다. "이 일을 20년 동안 하다보니 오랜만에 복귀해도 부담감이 없더라"면서 "오히려 설레었다. KBS 별관 세트장은 고향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신인시절이 떠오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 대는 다행히 지금처럼 인터넷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며 "천리안, 나우누리 시절이다. 팬들과 소통을 많이 했지만 지금 같지는 않았다. 나도 댓글을 챙겨봐서 부족한 점을 안다. 연기자라면 내가 가진 이미지를 깨고 싶어하지 않느냐. 분량에 상관없이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역을 맡고 싶다"고 바랐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은 108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 35.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막을 내렸다. 그 동안 KBS 2TV 주말극이 40~5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몰이한데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출생의 비밀, 시한부 삶 설정 등으로 인해 '막장'이라는 비판도 받았다."나는 막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살다보면 이보다 심한 내용이 더 많지 않느냐.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3명 중에 2명의 사망 원인이 암일 정도로 흔하다. 출생의 비밀도 주변에 보면 생각보다 많다. 실화를 다루는 작품을 보면 더 심한데, 이런 드라마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지만 불만을 갖지 않는다. 그러면 내가 작가, PD 다 해야지. 여러 가지 상황 있을 수 있는데, 불만을 가지면 한도 끝도 없다. 막장 소재라도 개연성이 있고 캐릭터가 살아있다면, 좀 더 마음을 열어놓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다."
기태영은 가정적이고 자상한 이미지가 강하다. 여배우들이 결혼·출산 후 역할에 제한을 받기도 하는데, 기태영도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후 연기 관련 고민이 커지지 않았을까.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보여지는 모습이 일과 연관 되면 이미지가 고정된다. 연기자는 극중에서 그 캐릭터처럼 보여야 하지 않느냐. 신비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조용히 있는다"고 털어놓았다.

"결혼한지 8년 됐는데 아이를 갖기 전과 후를 보면 많이 달라졌다. 어렸을 때 선배들이 힘을 빼야한다고 조언해줬는데, 이제 뭔지 조금 알 것 같다. 선배들의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도 느끼고, 인생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의 감정을 느끼는데, 자식은 신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시기다. 어렸을 때는 촬영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불만을 가질 수도 있는데, 요즘은 그런 게 하나도 없다. 연기를 오랫동안 계속 하고 싶다."

스트레스를 따로 푸는 방법도 없다. 그저 "집에있는 세 여자를 보면 힐링이 된다"며 "아이들을 다 재워놓고, 쇼파에 앉아있으면 정말 행복하다. 집이라는 공간 자체를 좋아한다. 일 끝나고 집에 오면 최고다. 술, 담배를 전혀 안 하는데 밤에 혼자 차 한잔 마시면 기분이 좋다"고 귀띔했다. "셋째 계획은 없냐고? 아내가 두 딸 모두 힘들게 낳아서 또 그 고생을 어떻게 시키겠느냐. 아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구분하지 않는다. 딸을 낳아야 효도 받는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기태영은 '결혼 전도사'로 불린다. '수학적으로 1+1=2이지만, 부부는 1'이라는 주의다. 결혼은 복불복이지만, 자신은 "300% 이상 만족한다"며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어서 크게 마음에 안 든다고 고치라고 하지 않는다. 싸워도 1분 뒤에 일상 대화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고 했다.

"아내를 만난 '인연 만들기'(2009~2010)가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그 전에 내가 신념을 지키고 살았지만,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고 '왜 그러느냐'고 했을 때 많이 힘들었다. 내 인생에서 연기가 전부는 아니다. 지금은 가정이 전부고, 연기는 가장 좋아하는 일을 뿐이다. 평생 절제를 하면서 살았다. 몸에 안 좋은거는 안 하고, 오해의 소지를 안 사게 행동했다. 어느순간 그런 것들이 이 세상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가족들 조차 이해해주지 않을 때 힘들었다. '이렇게 살면 뭐하나?' '세상과 타협하면서 막 살아볼까?' 하면서 뛰어든 게 '인연 만들기'였다. '별난 며느리'(2014) 때도 연기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연기자의 길을 가지 못할 것 같더라. 그런데 일을 안 하고 쉬어보니 모든 게 배부른 소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하면서 내 것을 찾아야 하는데, 순간 나태해진거다. 이제는 더더욱 현장이 즐겁고,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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