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 정당 난립에⋯제3신당들 '쓸만한 색이 없네'

입력 2019.10.13 10:47 | 수정 2019.10.13 11:37

대안정치, 파란색·검은색 놓고 논의⋯변혁, 기존 하늘색·녹색 다시 쓰긴 어려울 듯
선관위 등록된 정당만 34개⋯20대 원내정당 7개, 최근 30년 국회 中 최다
전문가들 "당 노선 분명히 해야⋯색만 바꾸고 개혁 포장 의미 없어"

 제3신당 창당 행보에 나선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왼쪽)와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연합뉴스
제3신당 창당 행보에 나선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왼쪽)와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연합뉴스
민주평화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에 나선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가칭 대안정치)와 바른미래당 내에서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정당 상징색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정당 상징색은 당의 이념과 정체성을 반영하는데,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무지개색 대부분을 이미 기존 정당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총 34개다. 그 가운데 의석을 보유한 원내 정당은 7개다. 현역 의원 11명을 보유한 대안정치와 15명이 참여하는 변혁이 신당을 창당하면 원내 정당은 9개로 늘어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3~19대 국회의 원내 정당이 5~6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장 많은 숫자다. 정당 상징색도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무지개색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파란색, 자유한국당은 빨간색, 정의당 노란색, 평화당 초록색, 민중당 주황색을 사용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청록 계열의 민트색, 우리공화당은 흰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남색은 파란색 계통이며 보라색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정당 결정을 받아 해산된 통합진보당이 쓰던 색이라 다른 정당들에서 잘 고려하지 않는다.

대안정치는 최근 당 상징색을 무엇으로 할 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는 파란색 계통과 검은색 등이 거론됐다고 한다. 대안정치 관계자는 "검은색은 음양오행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파란색은 민주당과의 경쟁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며 "다만 다른 정당들이 이미 같은 색상을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있어 고민"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파란색의 경우 민주당보다 밝은 ‘로얄블루’나 더 진한 파란색으로 해서 개혁 이미지를 강조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의원의 모임인 변혁은 아직 신당 상징색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작년 바른미래당 출범 직전까지 당 상징색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이번에도 상징색을 뭘로 할지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변혁 내 일각에서는 통합 전 바른정당이 채택한 하늘색과 국민의당의 초록색을 다시 사용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변혁 소속의 한 의원은 "신당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당 상징색에 대해선 이야기한 적 없다"면서도 "초록색이나 하늘색이 아닌 다른 색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당법상 당의 상징색은 중앙선관위 필수 신고사항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창당을 앞두고 정당 이미지(PI·Party Identity)를 공개할 때 당명과 상징색 등을 함께 공개해왔다. 선관위 필수 신고사항은 당의 명칭과 발기의 취지, 발기인과 대표 등이다.

◇ 민주당 파란색 '믿음·신뢰', 한국당 빨간색은 '자유 향한 열망'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선거 유세에 나선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뉴시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선거 유세에 나선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뉴시스
민주당은 지난 2013년9월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채택했다. 원래 민주당 진영은 초록이나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해왔다. 파란색은 현재의 한국당 진영에서 사용하던 색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대선 때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상징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자 민주당이 파란색을 택한 것이다. 민주당의 파란색은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당'을 상징한다.

한국당은 지난 2017년 새누리당에서 당명을 바꾸면서 당색은 기존 빨간색을 그대로 사용하되, 주황색을 보조색으로 넣었다. 한국당의 빨간색은 자유를 향한 강한 열망과 의지를 상징하며, 주황색은 부드럽고 유연한 모습으로 더 많은 국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국민에게 더 다가가겠다는 의미로 황교안 대표 책이나 당의 경제정책을 담은 '민부론'(民富論) 등에 '밀레니얼 핑크(분홍색)'를 사용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의 민트색은 국민의당의 초록색과 바른정당의 하늘색을 섞은 것이다. 동서화합과 지역통합을 의미하며, 정당사에 사용하지 않았던 색을 통해 새로운 미래의 출현을 상징한다. 바른미래당으로 통합된 국민의당의 초록색은 '합리적 중도 및 실용정치를 탄생시키며 소생하는 생명의 색'을, 바른정당의 하늘색은 '정치적 이념보다 국민을 하늘로 생각하고 받아들이자'는 의미였다.

정의당의 노란색은 생명력과 온기, 희망을 뜻한다. 평화당은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에 통합되면서 초록색을 사용했다. 평화당의 초록색은 인동초와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호남의 계승자임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사용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당이 상징색보다는 당이 내세웠던 이념과 정체성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법 개정안인 준(準)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내년 총선에서 도입되면 원내에 진출하는 소수정당이 더 많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보여주기식'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선거법이 개정되더라도 정당은 3% 이상 득표해야 비레대표 의석을 받을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동형 비례제도가 도입되면 소수 정당에 유리해진다고는 하는데,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당의 노선이 불분명한 상태에서는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당 색깔만 바꾸고서 당이 변했다고 주장하고, 마치 개혁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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