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할 북한 원정' 벤투호, 결국 믿을 건 경험과 자신감

  • OSEN
입력 2019.10.13 09:25


"어떤 특수성을 생각하기보다 월드컵 예선의 한 경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스리랑카전 대승(8-0) 후 24시간의 짧은 외박을 마쳤다.

그리고 12일 파주NFC에 다시 소집된 대표팀은 오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치러질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 북한과의 경기에 대비했다.

이날 비디오를 보면서 북한의 경기를 분석한 대표팀은 오후부터 전술 훈련에 돌입, 지난 1990년 10월 친선전(남북통일 축구) 이후 29년만에 처음 북한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A매치에 본격적으로 대비했다.

이번 평양 원정은 경기력보다는 생소함 해소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당장 그려볼 수 있는 것이 엄청난 인원의 북한 관중들이 일사불란하게 펼칠 일방적인 응원이다. 약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서 뿜어낼 함성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개별적인 행동은 사실상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29년전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기획돼 좋은 분위기에서 이뤄진 친선전조차 정해진 일정에 따라서만 움직였다. 최근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정치상황과 맞물려 더욱 움직임을 조심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조잔디도 달갑지 않다.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천연잔디와 달리 슬라이딩 시 마찰에 의한 찰과상이나 화상을 주의해야 한다. 여기에 급회전이나 급정지 등이 어려워 충돌 위험이 크고 무릎, 발목, 손목에 대한 부담이 커져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대표팀은 이런 해외원정에서 겪는 낯선 환경을 넘어 생경한 장면을 맞닥뜨리게 되겠지만 결국 경험과 정신력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재성은 "항상 원정 때마다 그 국가의 특수한 상황이나 환경이 달랐다. 선수들은 다 같은 원정이라는 생각이다. 딱히 평양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우영 역시 "모든 원정은 어렵다. 최대한 승점을 따오는데 집중하겠다. 어떤 특수성을 생각하기보다 월드컵 예선의 한 경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우영은 "여느 원정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레바논이든 투르크메니스탄이든 이란이든 원정경기는 항상 힘들었다. 그 이상은 아닐 거라 본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감은 상대에 대한 분석에서 나왔다. 이재성은 북한에 대해 "홈에서 워낙 좋은 경기를 하고 있어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어떤 상대가 와도 4-4-2 포메이션을 쓰고 공격 쪽에 위협적인 선수가 많다. 우리도 공격하더라도 수비에 신경을 써야 하고 역습 상황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우영도 "역습이 빠르고 두 명의 스트라이커가 좋다. 우리와 경기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내가 출전하게 된다면 항상 해왔듯이 최대한 역습을 차단하고 경기 밸런스를 잡는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조잔디는 그동안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성은 "하루 전날 훈련할 것 같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 어렸을 때 다 뛰어봤다. 천연잔디보다는 불규칙 바운드 등 특별한 상황이 없어 오히려 플레이 하기에 좋을 수 있다"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봤다. 또 "부상 염려 때문에 축구화도 인조잔디용으로 준비했다. 선수들이 개개인별로 준비했고 장비팀도 편의 제공해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정우영 역시 "인조잔디용 축구화 준비했다. 가서 봐야 한다. 여기서 대비한다해도 잔디가 다를 수 있다. 가봐야 알 것 같다"고 조심스러우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답을 내놓았다.

단순히 머리 속에 그렸을 광경이 실제 펼쳐지면 상당한 위축될 수 있다. 이번 경기는 취재진은 물론 응원단도 갈 수 없게 됐다. TV중계도 무산됐다. 그만큼 벤투호의 외로운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벤투호에 요구되는 것은 평양 원정의 심리적 압박감 떨쳐내기다. 벤투 감독이 "북한 원정이 두려운 선수는 데려가지 않겠다"고 강하게 말한 이유도 이런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출국해 중국 베이징을 경유, 14일 오후 평양에 도착할 벤투호가 어떤 결과를 갖고 돌아올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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