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오늘 출국…'지배하는 축구' 북한전 통할까?

  • 뉴시스
입력 2019.10.13 09:00


                수비에 막힌 손흥민의 슛
수비에 막힌 손흥민의 슛
파울루 벤투 감독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북한과의 중요한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8 대 0 대승을 거뒀다.

한국은 오는 15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북한전을 위해 13일 평양 원정길에 오른다. 남북 축구대표팀이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 국가대표팀간의 평양 남북대결은 지난 1990년 친선 경기 이후 29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나 선수들은 정작 북한에는 관심이 없다. 벤투 감독은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북한에 관한 질문을 하자 "스리랑카전과 관련된 질문만 받겠다"고 선을 그었다.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좀 더 나아갔다. 한 기자가 '북한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이나 보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묻자 "놀러가는 거 아니지 않나. 우리는 선수이지 여행객이 아니다.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이다. 경기 하나만 생각하고 가겠다"는 우문현답을 내놨다.

결국 축구 외적인 요소보다도 축구 내적인 요소에 집중해달라는 이야기다.

사실 벤투 감독의 명단 발표는 '재미'만 따지면 낮은 편에 속한다. 선수의 명단도 엇비슷하고 또 늘 해왔던 말을 반복하는 감이 있다.

"우리 철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의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늘 중요시한다. 실제로 멤버 발표가 이뤄졌던 지난달 30일 기자회견과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똑같이 이 단어를 꺼냈다.

그러나 이 철학이라는 단어야말로 한국 축구에 가장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취임 당시 이런 말을 했다.

"이것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두 가지 목표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를 한층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겠다.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겠다."

"볼을 점유하고 경기를 지배하고 최대한 많은 골을 넣는 경기를 추구하겠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먼저 시발점을 갖고, 위기 상황을 줄이면서 공격적인 흐름을 유지하도록 하겠다."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이 요소는 분명 이뤄지고 있다.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로 볼을 점유하고 공간을 만드는 축구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비롯해 황희찬(잘츠부르크), 황의조(보르도) 그리고 김신욱(상하이 선화) 등 공격진을 대거 소집했다.

여기에 2선 자원도 많다. 부상에서 복귀한 남태희(알 사드)가 1년 만에 합류했고 울산 현대 출신의 영건 이동경도 대표팀에 이름을 남겼고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다름슈타트)는 이제 대표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은 벤투 감독 부임 후 전경기에 부름을 받을 정도로 큰 신뢰를 받고 있다.

수비진 또한 마찬가지다. 이용(전북)과 김영권(감바 오사카)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선수들을 20대 중반으로 꾸렸다.

김민재(베이징 궈안)나 박지수(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여전히 어리고 이번에 소집한 이재익(알 라이얀)은 불과 4달 전엔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 뛰었던 선수다. 어린 선수들에게 분명하게 기회가 돌아가고 있다.

아울러 이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 또한 존재한다. 바로 포지션에 관계없이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황인범이다. 최근 국가대표에서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비판받고 있지만 포지션 유틸리티성만 보면 대표팀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다. 미들 서드 전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벤투 감독이 "칭찬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며 "전천후 미드필더의 모든 것을 갖췄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승호 또한 미들 서드에서의 좋은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6월 이란과 평가전서 본직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도 박수를 받았다.

단순히 둘 뿐만 아니라 현재 대표팀에 소속된 모든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2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벤투 감독이 취임 초창기에 말한 '지배하는 축구'와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다.

특히 공격적인 부분에서의 유틸리티성은 현대 축구에선 필수적인 요소다. 상대의 축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대형이 흐트러지더라도 곧바로 진형을 갖춰 앞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현대 축구 전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젭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전술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는 수비적인 선수들에게도 공격 시에는 중앙 미드필더까지 올라와 포지션을 유지하고 상대를 압박하게 하는 데 집중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있다.

2019~2020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주전 왼쪽 풀백으로 거듭난 올렉산드로 진첸코 또한 멀티 능력을 앞세워 22살의 어린 나이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벤투 감독은 취임 이후 어떤 축구를 해야한다고 정확히 말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지배하고 공격하는 축구에 대한 갈증은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초반 30분까지 보여준 경기력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때 한국은 나상호(FC도쿄)의 이른 선제골로 앞선 후 상대를 크게 압박하며 재미를 봤다.

북한전을 앞둔 상황에서 열린 훈련 또한 키워드는 '공간과 지배'였다.

벤투 감독은 상대 수비를 공략하기 위한 측면 활용, 공격 옵션 다양화를 중점으로 한 메뉴를 준비했다.

선수들의 위치를 잡아주면서 "전방에 있는 공격수가 공을 받으러 나와주면 다른 선수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서 "이럴 때 측면으로 공을 주거나 안쪽으로 배급하는 등 우리에게 공격 옵션이 더 많이 생긴다"고 했다.

어쨌든 벤투 감독이 만나는 아시아의 상대들은 중앙에 밀집된 형태의 수비를 펼칠 것이고 이를 파훼하기 위해선 공을 지배하면서 공세를 취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훈련은 대단히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지배와 공세가 통하는 것은 아시아 무대에 한정된 이야기일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대등하게 싸울 만한 기본 능력을 갖춘 팀이 적다는 것을 감안해야한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단순히 아시아만을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한국 대표팀에 이런 축구를 계속해서 주입할 요량이다.

그리고 반복적인 훈련만이 팀의 철학으로 연결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의 철학이 한국 축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일듯하다. 상대가 북한이든, 프랑스든 상관없이 '우리만의 축구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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