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수단 된 한정판 운동화…중고생도 운동화로 용돈벌이

입력 2019.10.13 06:00

줄 서서 응모해 산 한정판 운동화, 3일 만에 가격 6배 치솟아
주식처럼 운동화 거래하는 플랫폼 성행…미술품 경매사도 합류

나이키 에어 조던 6 트래비스 스콧./나이키
나이키 에어 조던 6 트래비스 스콧./나이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나이키 조던 홍대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11일 발매하는 에어 조던 6 트래비스 스콧의 드로우(Draw·제비뽑기)에 참여하려는 인파가 몰려서다. 드로우란 추첨을 통해 신발을 구매할 권리는 주는 것으로, 한정판 운동화 판매 방식으로 주로 쓰인다. 나이키는 이날 1만 개의 응모권을 발행했고, 총 656명에게 운동화를 살 기회를 줬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운동화길래 이렇게까지 사는 걸까?

운동화의 값어치는 판매 종료 후 드러났다. 처음 30만9000원에 판매됐던 이 운동화는 13일 현재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40~18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출시 3일 만에 가격이 6배까지 오른 것이다. 180만원에 판다면 수익률은 482%. 운동화 구매권 응모에 사람들이 몰린 이유가 납득이 간다.

운동화 신상품 드로우에 종종 참여한다는 정상현(32) 씨는 "인기가 높은 신발은 당첨만 되면 리셀(Resell·재판매)로 2~3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수수료도 세금도 낼 필요가 없으니 이만한 투자처가 없다. 만약 팔리지 않으면 신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한정판 운동화가 인기를 끌면서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때 고가의 명품백 되팔아 재테크하는 샤테크(샤넬+재테크) 열풍이 있었다면, 이제는 운동화에 투자하는 스니커테크가 대세다.

지난 7월 소더비 경매에서 5억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된 ‘문슈’/소더비
지난 7월 소더비 경매에서 5억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된 ‘문슈’/소더비
한정판 운동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지난 7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나이키 운동화 ‘문슈’가 43만7500달러(약 5억1887만원)에 낙찰됐다. 와플 무늬 밑창이 달린 운동화로 1972년 뮌헨올림픽에 참가한 육상선수를 위해 12켤레가 제작됐다. 이 운동화를 낙찰받은 투자가 마일스 나달은 "한정판 운동화의 가치가 계속 오를 것"이라며 이 경매에서만 총 120만 달러(약 14억2320만원)어치의 운동화를 사들였다.

주식처럼 운동화를 거래하는 플랫폼도 성행한다. 이전에는 이베이 등에서 운동화를 거래했지만, 위조품 유통이 늘자 보다 안전한 거래를 위해 전문 거래처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미국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스톡엑스(Stock X)은 창업 3년 만에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로 성장했고, 고트(Goat)는 올 초 운동화 편집숍 풋라커로부터 1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중국에선 투기성 주식매매를 가리키는 `차오구(炒股)`를 빗댄 `차오셰(炒鞋)`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60억 달러(약 7조1160억원) 규모의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한다.

홈페이지 하단에 주식 시세처럼 운동화 시세를 보여주는 스톡엑스./스톡엑스
홈페이지 하단에 주식 시세처럼 운동화 시세를 보여주는 스톡엑스./스톡엑스
운동화가 돈이 되자 미술품 경매시장에도 운동화 바람이 불었다. 지난 7월 소더비가 뉴욕에서 운동화 경매를 연 데 이어, 필립스는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홍콩과 상해에서 운동화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옥션블루가 지난달 엑스엑스블루로 운동화 경매시장에 뛰어들었다. 경매가 성사되면 판매자가 서울옥션블루에 운동화를 보내 정품 판독을 거쳐 구매자에게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한 달 만에 회원 1만 명을 모았다. 이곳에서는 올해 5월 출시된 나이키 조던1 트레비스 스캇(최초 가격 23만9000원)이 240만원에, 나이키 사카이 스니커즈(최초 가격 17만9000원)는 11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가입자의 87%가 18~34세로 밀레니얼·Z세대다. 14~17세 청소년도 9%에 달한다"면서 "운동화가 수집 가치가 있는 아이템으로 부상하면서 젊은이들이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운동화의 재판매 가격은 브랜드 가치와 비례한다. 일각에서는 운동화 업체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정판 운동화 발매를 남발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이와 관련 코웬앤드컴퍼니는 "2차 시장에서의 인기가 1차 시장에서도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운동화 재판매 시장에서 90%의 지분을 차지하는 나이키의 올해 6~8월 매출은 전년 대비 7%, 순이익은 2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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