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광화문집회에 누가 나왔나 보니⋯50대 엄마, 20대 아들, 강남3구 주민 "조국 사퇴" 외쳤다

입력 2019.10.13 06:00 | 수정 2019.10.13 17:22

휴대전화 정보로 광화문집회 참가자 추산⋯46만6000명 참석 추정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나왔지만, 50대만 여성>남성⋯'조국 딸 입시 의혹' 영향인 듯
20대는 남성이 여성보다 배 가까이 더 참석⋯文정부 '양성평등' 정책 반감 때문인 듯
강남·서초, 區인구 3%가 광화문으로

개천절이었던 지난 3일 오후1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퇴진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광화문에서 숭례문까지 왕복 12차선 도로 위는 집회 참석자로 가득 찼다. 그 닷새 전인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에서는 '조국 수호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촛불 집회)가 열렸다. 두 집회의 참가 인원을 두고 논쟁이 이어졌지만 10·3 광화문 집회에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10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문재인 정권 퇴진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로 가득 차 있다. /이진한 기자
10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문재인 정권 퇴진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로 가득 차 있다. /이진한 기자
그렇다면 개천절 광화문 집회에 모여든 시민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어떤 사람들이 집회에 나온 것일까.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당시 광화문 집회 현장 휴대전화 접속 기록을 바탕으로 한 서울시의 이른바 '생활인구' 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추정해봤다.

그 결과 10·3 광화문 집회 참가 인원은 최대 인파가 몰렸던 오후 2~3시 기준으로 46만6000명으로 추산됐다. 70대 이상이 19만1000명(41.1%), 60대가 14만7000명(31.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눈여겨볼 지점이 여럿 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남성이 여성보다 집회에 더 많이 참석했지만, 유독 50대만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광화문으로 나왔다. 반면 20대는 남성이 여성보다 배 가까이 집회에 참석했다. 또 서초·강남구에서는 전체 구(區) 인구의 3%가 광화문으로 나와 "조국 사퇴"를 외쳤다.

서울시는 KT와 협업해 매일 매시간 단위로 서울 전 지역에 사람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집계해 '열린데이터광장'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이를 '생활인구'라 부른다. KT의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휴대전화를 켜두는 사람 비율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 보정한 수치다. 그동안 집회 참가 인원은 통상 연인원(延人員·드나든 사람 숫자)을 기준으로 참가자를 추산하거나, '페르미 추정법'으로 집계해왔다. 연인원 추산치는 집회 주최측의 일방적 주장일 경우가 많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페르미 추정법은 단위 면적당 서 있을 수 있는 사람 숫자(1㎡당 9명)를 전체 집회 면적에 곱해서 추정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단위 면적당 인구 밀도의 차이를 정확히 짚어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휴대전화 접속 기록을 이용한 추정법은 최근 데이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 방식은 특정 지역 기지국에 접속된 휴대전화 숫자를 집계하면 정확한 집회 참가 인원을 추산할 수 있단 가설에 기반한 방법이다.

지난 3일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앞부터 숭례문까지 1.8㎞ 구간에 길게 늘어서 있었고, 집회 후반부에는 청와대 인근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를 감안해 이번 분석에서는 광화문 집회 구간이 걸쳐 있는 종로구 청운효자동·사직동·종로1,2,3,4가동, 중구 소공동·명동 등 5개 행정동에 모인 생활인구를 집계(①)했다. 그리고 정확한 비교를 위해 집회 직전 한 달간 일요일이었던 9월1, 8, 15, 22, 29일 5개 행정동의 생활인구를 평균(②)낸 뒤, 지난 3일 생활인구에서 이를 뺀 수치(①-②)를 10·3 광화문 집회 참가자로 추산했다.

자료 :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
자료 :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
50대 여성, 조국 딸 입시 의혹에 분노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지난 3일 광화문 집회에 가장 참여 인원이 많았던 오후 2~3시에 50대는 7만1000명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참석자의 15.2% 규모다. 그 중 남성은 3만4000명(48.0%), 여성은 3만 7000명(52.0%)이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3000명 더 많은 수치다. 50대 참가자의 이같은 남녀 분포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참가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전체 집회 참석자 46만6000명 중 남성은 57.8%, 여성은 42.2%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 10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빌딩 앞에서 한 시민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자는 구호가 담긴 종이를 들고 있다. /조인원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 10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빌딩 앞에서 한 시민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자는 구호가 담긴 종이를 들고 있다. /조인원 기자
광화문 집회의 50대 성비 결과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흐름과도 맞아떨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2%,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1%였다. 50대의 경우 남성은 '잘하고 있다'가 44%, '잘못하고 있다'가 53%였으나, 여성은 '잘하고 있다'가 38%, '잘못하고 있다'가 59%였다. 유독 50대 여성이 남성보다 문 대통령에게 더 비판적인 것이다.

50대 여성들은 왜 조 장관에 분노한 것일까.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 중 딸(28) 대학 입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진학과 관련한 부정 의혹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50대 여성은 20대 후반에 결혼했다면, 조 장관처럼 현재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자녀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조 장관 자녀 대학 입학을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부정·편법·특혜 논란에 분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윤태 고려대(사회학) 교수는 "자녀들의 대학 입학을 경험한 50대 여성이 조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에 대해 아직 자녀가 대입을 치르지 않은 30·40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정직하게 자녀를 대학에 보낸 50대 여성들이, 편법으로 대학과 의전원에 들어간 조 장관 자녀에 대해 크게 잘못됐다고 느낀 것"이라며 "특히 50대 여성들은 같은 여성이자 비슷한 나이인 조 장관 아내 정경심(57)씨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자료 :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
자료 :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
'이대남', 이번에도 광화문서 "문재인 퇴진" 외쳐

50대와 달리 20대는 남성이 여성보다 배 가까이 더 광화문에 나왔다. 오후 2~3시 기준으로, 남성 참가자는 4600명이었고, 여성은 2400명이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87% 더 많았다. 반면 30대 참가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16%, 40대는 2%, 60대는 24% 더 많았다. 지난달 2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20대 남성이 41%, 여성이 52%다. 반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남성이 42%, 여성이 31%였다. 20대 남성이 여성보다 문재인 정부에 더 비판적인 여론 흐름이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들이 현 정권과 진보를 표방한 정당에 등을 돌리는 현상은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현 정권도 인식하고 있다. 지난 2월 공개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2017년 6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20대 남성의 국정지지율은 87%에 달했으나 2018년 6월 혜화역 규탄 시위 후 급하락 추세로 반전됐다"며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했다"고 했다. 20대 남성이 현 정부의 '양성 평등' 정책에 대해 남성을 역(逆)차별한다고 느끼고 있고, 문재인 정권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김윤태 교수는 "20·30대 여성은 문재인 정권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고, 20대 남성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페미니즘에 대한 여권의 태도와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조국 퇴진'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조국 퇴진'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퇴진' 요구 집회 대거 나온 강남 3구 주민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는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꼽혔던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두 번의 선거에선 이 지역 민심도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016년 총선 때 강남 3구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전현희(서울 강남을)·최명길(서울 송파을)·남인순(서울 송파병)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강남구와 송파구에서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배출됐다. 이때 함께 치러진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자유한국당 배현진 후보를 꺾었다. 강남3구의 이런 변화를 두고 '강남좌파의 시대'가 열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3일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을 분석한 결과 강남 3구 유권자들이 대거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2~3시 광화문 집회 참석자 기준으로,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강남구 거주자는 1만6400명, 서초구 거주자는 1만3200명, 송파구 거주자는 1만5400명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강남구 인구는 54만4000명, 서초구는 43만1000명, 송파구는 67만7000명이다. 강남구 인구의 3.0%, 서초구 인구의 3.1%, 송파구 인구의 2.3%가 광화문으로 모인 셈이다. 서울의 다른 구 거주자의 광화문 집회 참여 비율은 대부분 1%대였다.

김형준 교수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선 강남 3구 주민들도 '전쟁 위험'을 정부가 해결해준다는 점을 지지했고, 그러기에 보수세력의 아성으로 꼽혔던 강남구에서도 민주당을 지지했다"며 "중도·보수 성향이면서도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계층이 조 장관 논란을 계기로 현 정권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방증"이고 말했다.

자료 :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 괄호 안은 구(區) 인구 대비 광화문 집회 참가자 비율.
자료 :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 괄호 안은 구(區) 인구 대비 광화문 집회 참가자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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