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취중잡담] 상처밴드 하나로 서울대 의대 교수들 열광시킨 청년

입력 2019.10.14 06:00

실과 바늘 대체하는 상처 봉합 밴드 개발
해외전시회에서 제품 아이디어, 통역 알바하며 개발 매진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가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CEO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솔직한 속내를 들을 수 있게 취중진담 형식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 미래를 함께 탐색해 보시죠.

지난달 27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D.CAMP·은행권청년창업재단). 스타트업이 기술과 제품을 알리는 데모데이인 ‘D-DAY’가 열렸다. 매달 주제가 바뀌는데, 이달은 ‘의료’였다. 서울대 의대가 공동 주최하면서, 교수들이 심사위원과 청중으로 대거 참여했다. 치열한 경연 결과 ‘서지너스’란 스타트업이 교수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교수들은 먼저 임상실험을 제안하는 등 극찬을 쏟아냈다. 어떤 발표였을까. ‘서지너스’ 전성근 대표를 만났다.

◇세상에 없던 상처봉합밴드
복잡하고 비싼 의료장비가 아니다. 그럴듯하게 말하면 ‘스킨 클로저’. 쉽게 말하면 상처봉합밴드다.
병원에서 상처를 봉합할 때는 주로 실과 바늘을 쓴다. 철심을 박는 형태의 스테플러도 있다. 모두 흉터가 남고, 소독이 잘 되지 않을 경우 감염 위험도 있다.
대체품으로 개발된 게 고리에 반대쪽 끝을 넣어서 당기는 방식으로 결박하는 ‘케이블타이’형 클로저다. 그런데 고리가 툭 튀어나와 불편하다. 허리나 등쪽에 처치가 돼 있으면 누울때마다 배기는 단점이 있다.

전성근 서지너스 대표 / 서지너스 제공
전성근 서지너스 대표 / 서지너스 제공
전성근 대표는 이런 단점을 모두 극복한 제품을 개발했다. 상처밴드와 고리를 결합한 형태다. 왼쪽과 오른쪽, 둘로 나뉘어있는 밴드를 상처에 붙인다. 왼쪽 밴드에 붙어 있는 고리는 오른쪽으로, 오른쪽 밴드의 고리는 왼쪽으로 당긴다. 밴드가 붙으면서 상처가 봉합된다. 마지막으로 고리를 밑으로 눌러 평평하게 밀착시키면 처치가 끝난다. "간편하고 흉터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바늘이나 스테플러가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게 아니니 감염 위험도 없구요. 고리가 없어 배길 걱정도 없습니다."
상처가 치료돼서 벌어진 틈이 붙으면, 밴드는 환자 스스로 제거하면 된다. 흔히 볼 수 있는 상처밴드를 떼는 것과 같다. 실밥 제거하러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기존에 없던 방식이다. 밴드 형태로 실과 바늘을 대체하는 첫 시도다. 관련 특허를 3개 출원했다. 가짜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1차로 막아뒀다.
올해 안에 식약청 등 허가를 마치고 병원 등 상대로 B2B 공급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정용 제품은 내후년 출시할 계획이다. 요리하다 식칼에 베이는 등, 일반 상처밴드로 붙이기엔 크면서 병원 가기엔 애매한 상처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디데이에서 제품 발표를 하고 있는 전성근 서지너스 대표 / 서지너스 제공
디데이에서 제품 발표를 하고 있는 전성근 서지너스 대표 / 서지너스 제공
◇발로 뛰어 공부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했다. 혈당측정기가 주력품목인 의료기기 회사에 취업이 돼 해외영업을 맡았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안가본 나라가 없습니다."
영업차 방문한 해외 의료기기 전시회에서 케이블타이형 클로저를 봤다. 국내 도입을 알아봤는데 이미 공급되고 있었다. 아쉬웠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좀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보자.’
제품은 그 회사 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남에게 개발을 맡기고 정작 대표 본인은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전 대표는 수험생 저리가라 의료 소재와 결박 원리를 공부했다. 상처 봉합 효과가 좋으면서 피부에 무리 없는 소재를 찾기 위해 곳곳을 뛰어다녔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무작정 아는 의사를 찾아갔다. 그렇게 2년을 공부하고 연구했더니 제품 콘셉트가 확정됐다. "해외 영업 하면서 습득했던 의학 지식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제품 콘셉트를 출품해서 지난 3월 합격했다. 그 길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사관학교 기술 지원을 받고 아는 의사들 자문도 받아 제품을 보완했다. "곧 제품이 나옵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병원 공급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전성근 서지너스 대표 / 서지너스 제공

◇바로 해외진출

-어떤 시장이 공략 대상인가요.
"따로 없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전체가 타깃입니다. 의료비가 비싼 미국은 실밥 제거하는 데만 300~400 달러를 받습니다. 저희 밴드를 쓰면 환자 스스로 제거하면 되니까, 이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환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가 130조원 정도 합니다. 3%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해외영업을 하면서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자신있습니다."

-의사들이 꺼릴 가능성은요.
"병원이 당장 돈만 생각하면 바늘과 실이 낫습니다. 저희 밴드와 비교해 들이는 재료비가 적으면서, 실밥 제거때 환자를 또 오게 해서 처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환자가 선호하고 도움되는 처치를 해야 병원이 잘됩니다. 환자가 어떤걸 선호할지는 분명합니다. 병원은 그 선호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D-DAY’ 때도 교수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신 것 같습니다."

양산을 앞두고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다. "원부자재 확보 등에 자금이 필요합니다. 좋은 조건의 투자자를 찾아 성사시킬 계획입니다." 제품 보완을 함께 할 화학 쪽 연구 인력 채용을 진행하면서, 의료용품 대기업과 제휴도 생각하고 있다. "시판과 동시 여러 해외 병원에 공급할 수 있어야 조기에 안착할 수 있습니다. 저 혼자 힘으로 빨리 하긴 어렵고, 미국 같은 곳에 탄탄한 유통망을 갖춘 기업과 협업하면 가능합니다. 다양하게 접촉하려 합니다."

전성근 서지너스 대표 / 서지너스 제공
전성근 서지너스 대표 / 서지너스 제공
◇초반 캐시카우 없어 아쉬워

외벌이 가장이다. 사관학교 지원금은 모두 제품 개발에 썼고, 생활비는 통역 아르바이트 등으로 마련하고 있다.

-사업하면서 가장 큰 애로가 뭔가요.
"생계죠.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돈이 벌릴 때까지 생계를 책임져 줄 캐시카우가 있으면 좋습니다. 돈 걱정 없이 개발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확보하지 못한 채 시작했습니다. 부족한 돈은 퇴직금 헐어 쓰고 있죠. 사업하실 분이라면 캐시카우 하나쯤 갖춰놓고 시작하면 좋습니다."

-그럼에도 잘 버티고 있는 비결은요.
"이거 하난 제가 처음이란 사실이요. 누구도 못한 걸 제가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매우 즐겁습니다.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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