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상처는 피해자 몫"...강원 철원 중학생 집단폭행 피해자 母親의 눈물

입력 2019.10.12 15:33 | 수정 2019.10.12 17:04

강원 철원 집단폭행 피해자 모친…"수원 폭행 사건, 아들 상처 떠올라"
중3 7명이 절벽으로 끌고가, 자살강요 뒤 집단폭행
가해학생들 사회봉사 ‘끝’…가해자와 피해자 같은 학교 재학中
"가해자 보호하는 소년법, 학촉 피해는 피해자 몫"

"뉴스를 보고 아들의 상처가 다시 떠올라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

지난달 23일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만13세 중학생 7명이 초등학생 1명을 집단으로 폭행한 ‘수원 노래방 집단 폭행 사건’ 뉴스를 접한, 박모(39)씨는 다시 찾아온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지난 6월 강원도 철원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던 중학생 3학년 7명에게 집단폭행 당한 2학년 후배 김모(14)군의 어머니다.

지난 6월 중학교 3학년생 7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김모(14)군의 손과 전치 2주 상해진단서./박씨 제공
지난 6월 중학교 3학년생 7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김모(14)군의 손과 전치 2주 상해진단서./박씨 제공
박씨는 최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전화인터뷰에서 "수원 노래방 사건을 보면서, 아들이 가해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꿈을 꾸는 등 그때의 공포가 다시 찾아온 것 같다"며 "우리 아이 사건은 (수원 사건처럼) 사회적으로 관심을 못받아서 (가해학생의) 처벌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아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 26일 오후 가해 학생들은 김군을 외진 공원으로 끌고 간 뒤, 낭떠러지 끝에서 "뛰어내려 죽으라"며 협박했다. 김군을 포함한 후배들에게 기합을 주던 중 김군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가해학생 4명은 돌아가면서 김군의 가슴과 명치 등을 폭행했다. 이후 김군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가해학생들은 사과는커녕 "(사건이 알려져도) 우리는 사회봉사 처분 몇 시간만 받으면 된다"며 입막음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 7명을 ‘특수폭행’ 혐의로,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했다. 가해학생들은 오는 11월 중순쯤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첫 심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건 발생 석 달 넘게 지났지만, 피해자인 김군은 여전히 육체적·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폭행 당시 김군은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 가해학생 7명은 모두 학폭위에서 사회봉사 조치만 받고, 원래 다니던 학교에 그대로 재학중이다. 피해자인 김군과 가해학생 7명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박씨는 "(학폭위에) 특수상해로 진단서까지 제출했고, (가해자중) 일부는 학폭 이력이 있는 데도 가해자들은 사회봉사 처분만 받았을 뿐 강제전학 처분을 받지 않았고, 현재 우리 아이와 학교를 같이 다니고 있다"며 "피해자가 상해 진단 2주 이상이 나오면 가해자 출석정지 조치를 선행하는 ‘학교폭력 선조치’ 조항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가 가해자의 편인지 피해자의 편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학교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 6월 중학교 3학년생 7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김모(14)군에게 가해자들이 보낸 협박 카톡. /박씨 제공
지난 6월 중학교 3학년생 7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김모(14)군에게 가해자들이 보낸 협박 카톡. /박씨 제공
김군은 사건 직후부터 현재까지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김군이 치료를 받고 있는 심리상담센터에서는 고3이 될 때까지 상담을 받는 것을 권유했다. 박씨는 "가해 학생들과 학교를 같이 다녀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 때문에, 지난 8월 말 개학을 한 뒤 아들의 심리 상태가 더 악화됐다"며 "아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 무기력하다는 말을 자주하고, 친구들이 몸장난만 쳐도 깜짝 놀라는 등 그때의 기억에 트라우마를 겪는 상황"이라고 했다.

당시 폭행 상황을 “훈계해 준거라” 생각한다는 가해자 부모의 학폭위 진술./ 모친 박씨 제공
당시 폭행 상황을 “훈계해 준거라” 생각한다는 가해자 부모의 학폭위 진술./ 모친 박씨 제공
박씨는 소년법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가해자의 보호막으로 오용(誤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아이들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학교폭력 사건들은 너무나 치밀하고 계획적이고 잔인하다"며 "소년법으로 보호하지 말고 엄하게 처벌해야 재범율도 낮아질 텐데 가해자들이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 법은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박씨 가족은 김군을 위해 내년 1월 철원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갈 계획이다. 운영하던 가게도 정리해야만 했다. 타지역으로 가더라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가해자들이 추적해 보복할까 여전히 걱정도 된다. 박씨는 "가해자는 그대로 남고 피해자가 도망가야 하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라며 "법정 싸움은 전국의 학교 폭력 피해자들에게 인권보호와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끝까지 가겠다. 아들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수원 노래방 집단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서부경찰서는 피해자의 상처와 상해 피해 진술에 따라 가해학생 7명에 대해 혐의를 ‘폭행’에서 ‘특수상해’ 혐의로 변경해 조사 중이다. 다만 소년분류심사원에 있는 가해학생들은 모두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로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이나 사회봉사명령을 받을 뿐 법적으로 형사적 처벌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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