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건부 제재' 꺼내며 엄포…터키 "뭐래도 안멈춘다"

  • 연합뉴스
입력 2019.10.12 14:56 | 수정 2019.10.12 15:01

터키의 쿠르드 공격을 용인해 '동맹 무시' 비판이 쏟아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뒤늦게 경제 제재안(案)으로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터키에 경고 메시지를 띄워 '군사작전 중단'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제재를 단행한다는 내용도 아니고 시행 조건도 불확실해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됐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1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인종·종교적 소수집단을 겨냥할 경우 터키 정부 당국자를 응징할 새로운 권한을 재무부에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다만 므누신 장관은 아직 이들 조치를 실행한 상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므누신 장관은 "이들 제재는 매우 강력한 것"이라며 "우리는 실제 그 제재들을 활용하게 될 필요가 없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우리는 필요하다면 터키의 경제를 끝장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금융 기관들을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하며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의 민간인 및 민간인 시설, 인종·종교적 소수집단 공격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터키가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의 도주를 단 한명이라도 허용해선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광범위한 제재를 재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므누신 장관이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며 시리아 북동부 '침공'을 비판하는 동시에, 전우 쿠르드를 배신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우리는 쿠르드 부대를 내버리려는 게 아니고 시리아 다른 지역에 머물러 있다"면서 "시리아 북부를 침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충동적 행동이 미국을 매우 어려운 처지로 만들었다"고 불평했다.

에스퍼 장관은 그러면서도 이번 군사작전에 동원된 병력 규모(터키군 '수백명'과 시리아 반군 1천명)와 전황을 소개하면서, 터키의 작전 범위와 쿠르드의 피해가 제한적이라 쿠르드 민병대가 미군 주도 대테러전에 계속 협력하리라고 낙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북동부 미군 철수 결정이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한 가운데 나왔다. 국내에서는 공화당 측근 의원이 비판에 앞장섰고, 국제사회에서는 유럽 동맹국뿐만 아니라 최우선 맹방 이스라엘에서조차 '동맹 배신'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미 상·하원 내에서도 터키에 대한 제재 법안 발의 움직임이 초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강력한 경제 제재 카드를 통해 터키를 압박하면서 터키와 쿠르드 간 중재를 추진하려는 의향을 내비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조처가 효과가 있을지에 관해 외신은 기대와 회의를 함께 나타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제재 카드로 터키를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이번 행정명령이 발효해도 당장 제재가 시행되는 것도 아니고 제재를 단행하는 조건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경고에 상관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테러 회의를 주재하며 "누가 어떻게 말하든 우리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 국경에서 32㎞ 떨어진 곳까지 테러리스트를 몰아낼 때까지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지난 한 주간 2.5%가량 떨어져, 작년 8월 양국간 갈등 고조 당시 하루 20% 폭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인다.

터키는 이번 군사작전에 대한 언론 투고 등 여론전에도 적극적이다.

주미 터키대사 세르다르 클르츠는 이날 워싱턴에서 취재진과 만나 터키군은 쿠르드 세력을 '학살'할 의도가 전혀 없으며, 국경에서 쿠르드 민병대의 '점령'을 종식하는 것이 이번 군사작전의 목표라고 말했다.

클르츠 대사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와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목표가 시리아에 '마르크스레닌주의 국가'를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YPG의 이데올로기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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