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동생 기각으로 도마 오른 영장재판...법조계 “법관의 정치적 판단 막아야”

입력 2019.10.12 14:36

서울중앙지법. /성형주 기자
서울중앙지법. /성형주 기자
조국 법무장관의 동생 조모(52)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후폭풍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명확하게 다듬어 법관이 자의적으로 영장발부 결과를 좌지우지 못 하도록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들쑥날쑥한 영장재판 결과를 두고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조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논란은 명 부장판사가 제시한 영장 기각 이유였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배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배임수재 부분의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수사 경과, 범죄 전력 등을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구속 수사를 허용한다. 구속 여부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는 없는지를 함께 고려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조씨의 경우 배임수재 혐의를 인정하는 데도 수사 경과와 건강 상태, 범죄 전력 등을 참작해 구속하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웅동학원 채용비리'와 관련해 조씨에게 돈을 건넨 두 사람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구속사유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종범(從犯)은 구속됐는데, 주범(主犯)은 구속을 피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씨의 경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구속을 피했다.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심문을 포기하는 것은 '혐의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법원의 결정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이른바 '조국 펀드'와 관련해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이상훈(40)씨와 이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웰스씨앤티 대표 최태식(54)씨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들에 대해 법원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범행에 관여한 정도나 종(從)된 역할 등을 참작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들의 '윗선'으로 꼽힌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씨는 구속됐다.

법원이 '이례적' 사유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드물지 않았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 법정에 섰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대표적이다.

김 전 장관에 대해 법원은 '방어권 보장'과 함께 직권남용에 대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인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됐다"며 "새로 조직된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 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범죄사실에 있어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주거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뤄졌다"며 영장이 기각됐다. 증거는 충분한데 공범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식이어서, 무슨 논리냐는 비판이 나왔다.

'영장 재판'이 아닌 '본안 재판'을 했다고 비판받은 경우도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그랬다. 당시 법원은 A4 용지 2장 분량에 달하는 기각 사유를 공개했다. 주요 혐의인 공무상비밀누설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에 대해 법리적 해석이 담겼다.

법조계에서는 영장 재판의 공정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장실질심사는 법관 혼자서 판단하는 시스템인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의 발부·기각에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결정례를 모으고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 결정이라거나 정무적 판단이라는 말이 따라나오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체제에서는 법관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사기관이 영장재판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는 재청구 외에 불복 수단이 없다"면서 "법원 반대에 오래도록 발묶여 온 영장항고제가 도입된다면 구속 기준도 명확히 다듬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항고제란 구속영장이 기각된 경우 검찰에 상급법원에 재심사를 요청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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