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과 콜롬비아는 '피를 섞은 형제'...FTA·기술 접목으로 거리 좁힐 것"

입력 2019.10.12 11:22 | 수정 2019.10.13 09:55

"콜롬비아와 한국은 ‘피를 섞은 형제’다. 한국전쟁 당시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힘을 보탰다. 콜롬비아가 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것도 그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콜롬비아는 한 때 국내에서 커피 말고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았다. 참고로 콜럼비아는 브라질과 베트남에 이은 세계 3위 커피 생산국이다. 적도 인근에 위치해 일조량이 풍부한데다, 해발 1000~1500미터의 고지대가 많아 커피 생산을 위한 최적의 지형을 갖췄다. 콜롬비아 정부가 자국 커피의 세계화를 위해 만든 ‘후안 발데즈(Juan Valdez·콜롬비아 전통 복장을 한 남성과 당나귀를 형상화)’ 캐릭터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콜롬비아 커피 산업의 상징이다.

호세 마뉴엘 레스트레포 콜롬비아 통상산업부 장관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23층 라운지에서 콜롬비아의 경제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용성
호세 마뉴엘 레스트레포 콜롬비아 통상산업부 장관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23층 라운지에서 콜롬비아의 경제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용성
그런데 중남미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겐 그저 ‘지구 반대편 머나먼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던 콜롬비아에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콜롬비아 FTA가 발효된지 3년이 지나면서 발효 이전 12억달러 수준이던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18억달러(약 2조1350억원)으로 3년새 50% 증가했다. 우리는 주로 휴대폰이나 자동차부품, 승용차를 수출하고 유연탄과 커피, 원유를 수입한다. 마약과 범죄로 얼룩진 과거 이미지에서도 벗어나 칠레와 더불어 중남미의 ‘치안 모범국’이 된지 오래다.

지난해 하반기 취임한 이반 두케 대통령도 친기업 정책을 펴면서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33%인 법인세를 2022년까지 30%로 점진적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지난 해 6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현재 7000달러에 못 미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3배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호세 마뉴엘 레스트레포 콜롬비아 통상산업부 장관이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상황변화를 국내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지난 6일 방한한 레스트레포 장관은 8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만나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성 장관은 성 장관은 "한-콜롬비아 FTA 발효 후 양국 교역·투자가 늘어나는 걸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기업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양국이 함께 경제발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레스트로프 장관은 영국 바스대에서 고등교육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콜롬비아 로사리오대 총장을 역임한 교육행정가 출신이다. 레스트로프 장관을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인터뷰 했다.

한국과 콜롬비아가 경제적으로 ‘궁합’이 잘 맞는다고 보나.
"분야를 초월해 한국과 콜롬비아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콜롬비아는 한국전쟁 때 5000명(정확히는 5314명)을 파병했다.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한국전쟁 파병국이다. 그 중 213명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전투 중 목숨을 잃었다. 특별한 인연은 FTA 체결로도 이어졌다. 콜롬비아는 총 16개국과 FTA 관계를 맺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처음이었다. 인구도 5100만(한국), 4900만(콜롬비아)으로 비슷하다(웃음). 영화와 게임, 대중음악 등 문화산업 분야에 강점이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한국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이 분야의 세계적인 강국이다. 콜롬비아 젊은이들도 BTS를 비롯한 K팝 스타들에 열광한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의 강호다. 스페인어로 제작되는 인기 유튜브와 뮤직비디오 5개를 고르면 그 중 두 개는 콜롬비아 제작자가 참여했다고 보면 된다. 콜롬비아의 국가 홍보 슬로건은 ‘Feel the Rhythm(리듬을 느껴봐요)’이다. 한국과 잘 통할 것 같지 않나?

콜롬비아가 한국에 수출을 늘리기 원하는 품목은.
"아보카도와 피타야(용과) 등 콜롬비아산 농산물은 한국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등 육류도 더 많이 수출하길 원한다."

아보카도와 피타야는 수입선이 다양하다. 콜롬비아산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보카도의 경우 멕시코산을 많이 수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멕시코는 FTA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콜롬비아산이 가격 경쟁력이 높다. 피타야는 동남아 국가들이 많이 재배하는데, 콜롬비아산은 과육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다. 노란 빛이 도는 색깔부터(동남아시아산과) 조금 다르다.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이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도 불리한 점이다.
"전세계가 첨단기술을 통해 연결되면서 빠른 속도로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는 한국과 콜롬비아처럼 지리적으로 거리가 먼 나라들이 서로 교역과 투자를 늘리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가 올해 콜롬비아 스타트업 라피(Rappi)에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를 투자한 것도 이 같은 변화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라피는 2015년 콜롬비아에서 창업한 음식 배달(자전거 이용) 서비스 어플이다. 이미 콜롬비아뿐 아니라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 전역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해 9월 2억2000만 달러 자금을 유치하면서 1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 받아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에 등극했다.

중남미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에 콜롬비아가 거점 투자처로 장점이 있을까.
"북미와 중미를 연결하는 중간 지점에 위치해 물류 운송 면에서 유리하다. 역내 다른 국가들과 FTA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법인세 인하 등 현 정부의 친기업 정책도 도움이 될 것이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나라다. 그런데 중국과 교역이나 자본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미·중 갈등 국면 속에서 균형을 잡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콜롬비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무역에 있어 ‘다자주의’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나라와도 상호 시장 개방을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수출과 직접투자(FDI)를 늘려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원칙에 따라 움직이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콜롬비아 ‘커피문화경관'의 아름다운 건축물. /트위터 캡처
콜롬비아 ‘커피문화경관'의 아름다운 건축물. /트위터 캡처
콜롬비아 관광의 매력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한다.
"한국에 와서 도심 곳곳에 커피전문점이 늘어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커피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라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콜롬비아의 '커피문화경관(Coffee Cultural Landscape)'을 사랑할 것이다. 콜롬비아의 세계적인 커피 산지인 킨디오와 리사랄다, 칼다스 지역에 걸쳐 있다. 안데스 산맥의 그림같은 풍경에 멋진 건축물, 축제와 커피가 어우러진 멋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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