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과거가 그리운 이들의 서글픈 단어

조선일보
입력 2019.10.12 03:00

'위험한 사전'
위험한 사전|전해자 지음|초록비책공방|348쪽|1만6000원

친구들 사이에서 이름 대신 '쉽게 말하자면'으로 통하는 이가 있다. 걸핏하면 '쉽게 말하자면…'으로 시작하는 말버릇 때문이다. 오랜 의사 생활에서 생긴 버릇인가? 환자들이 알아듣게 설명해야 할 입장이었을 테니 말이다. 들을 때마다 거슬렸다는 저자는 그의 입에서 또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말을 끊었다. "어디 한번 어렵게 말해봐. 우리가 알아듣나 못 알아듣나 좀 보게."

입버릇처럼 달고 살면서도 정작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말버릇이 있다. 당연히, 절대로, 열심히, 다시는, 맹세코, 꼭…. 저자는 너무나 마땅하고 당연해서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혹은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당위에 사로잡힌 이런 부사들을 '슈디즘(shouldism)'에 갇힌 위험한 말버릇이라고 칭한다.

"일본을 꺾고 우승해서 기쁜 것 같아요." 자기 마음에서 일어난 감정인데 '같아요'라니. 저자는 이 '~같아요'를 '책임질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서 습관처럼 나의 감정에 끼워 쓰는 말의 콘돔'이라고 정의했다. '왕년에…'는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오래전 명함처럼 지금을 인정할 수 없는 이들의 서글픈 향수'란다. 123개의 '위험한' 단어들을 통해 그 말에 깃든 인간의 감정과 심리를 풀어보는 색다른 분석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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