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유라시아 일주 자전거 편지

조선일보
  • 유채원 여행가
입력 2019.10.12 03:00

유채원 여행가
유채원 여행가
작년 6월 상하이에서 출발해 올해 1월 26일, 비 내리는 런던에 도착했다. 239일 동안 자전거로만 8460㎞를 달렸다. 정말 힘들었지만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민박은 물론 숙박을 제공하는 인터넷 네트워크 '카우치서핑', 자전거 여행자에게 숙박과 뜨거운 샤워를 제공하는 사이트 '웜 샤워'를 이용해 숙식을 해결하면서 동서를 잇는 문명 통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깊은 인정과 향기를 체험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아이들에게 이끌려 위구르 가정에 따라가 닷새나 머물며 색다른 정을 나누고, 터키에서는 밥 먹으라고 부르는 아줌마 집에서 잠까지 자며 그 집 넷째딸이 되기도 했다. 그리스 산골 작은 마을에서는 오빠와 두 여동생이 운영하는 가난한 방과 후 교실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60세 된 자전거 여행자 부부가 프로방스의 궁전 같은 저택으로 초대해줘 일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고, 프랑스 시골 마을 옛 성에 묵으며 이곳에서 친자연적으로 살아가는 독일인 환경운동가에게 큰 감명을 받기도 했다.

3년 반 동안 중국 온라인 미디어의 영문 기자로 일하면서 스타트업계의 빠른 기술 변화와 트렌드를 전하기 위해 출장을 다니며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영화 두세 편을 보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문화권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있기까지는 반드시 그만한 물리적 거리가 있기 마련인데 너무 빠른 교통수단과 통신 기술로 그 '거리'를 느낄 수가 없었으니까.

이 머나먼 거리를 자전거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문화가 변해가는 과정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유라시아 대륙은 도대체 얼마나 크며, 사람들은 각기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최대한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을 이 책 '유라시아 일주 자전거 편지'(금토)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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