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41] So you've got a plan!

조선일보
  • 이미도 외화 번역가
입력 2019.10.12 03:13

'살인은 누군가의 생명을 훔치는 거다. 거짓말은 진실을 알아야 하는 누군가의 권리를 훔치는 거다. 부정행위는 누군가에게 공정하게 돌아가야 할 기회를 훔치는 거다(When you kill a man, you steal a life. When you tell a lie, you steal someone's right to the truth. When you cheat, you steal the right to fairness).'

소설 '연을 쫓는 아이(The Kite Runner)'에 나오는 글입니다.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모든 죄의 뿌리가 훔치는 행위, 즉 도둑질이라고 설파합니다. 놀라운 통찰입니다.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사진)'도 부정한 행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 그리고 그것들로 인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을 이야기합니다.

'기생충'
주인공 김기우는 명문대생입니다. 그가 IT 기업 CEO인 박 사장네 딸의 영어 과외를 맡게 됩니다. 신망을 얻자 기우는 그 집에 유학파 미술 교사, 최고급 외제차 전문 운전기사, 상류층 전문 가사 도우미를 소개해줍니다. 그들은 다 신분이 가짜입니다. 반지하에 사는 이 백수 일가족의 단계별 계획과 연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여서 박 사장네 가족은 아무도 의심하지 못합니다.

"저는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PC방에서 재학 증명서를 위조해온 아들 기우가 그렇게 너스레를 떨자 아버지가 맞장구칩니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So you've got a plan)!'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기생하며 신분 상승을 꿈꾸던 그들의 사기극은 충격적 돌발 상황들이 생겨나면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런 명구가 있습니다.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회는 오래지 않아 자유를 잃고 무질서에 빠지게 돼 있다(A society without the means to detect lies soon squanders it's liberty and freedom).' 대단원에서 두 가정은 다 평화가 무너집니다. 아들의 부정한 계획을 분별하긴커녕 눈을 감아준 가장의 탐욕, 그것이 빚은 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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