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장 사망 뒤 국민연금 한진 주식 매도 "장기 투자"는 거짓말

조선일보
입력 2019.10.12 03:18

한진그룹 대주주 일가의 '갑질'을 이유로 한진칼에 대한 경영 개입에 나섰던 국민연금이 석 달 만에 한진칼 주식을 대거 매각했다. 국민연금은 보유 지분 6.19% 중 거의 절반인 2.74%포인트(약 160만주)를 팔았다. 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지만 스스로 '경영 개입'이라는 재료를 만들고 단기간에 주가가 오르자 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투기자본들이 하는 전형적 단타 매매 행태다.

공적 연금이 자국(自國)의 주요 기업에 대해 이런 식으로 단타 매매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올 연초 국민연금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영 개입의 첫 대상으로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지목하면서 "장기 투자자로서 단기보다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었는데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경영 개입 적극 행사를 지시하자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을 대한항공 등기이사직에서 끌어내렸다. 조 회장 가족은 '적폐 기업'으로 찍혀 검찰·경찰 등 11개 기관의 조사를 받고 14번이나 포토라인에 섰다. 정작 '물컵 갑질'은 무혐의 처리돼 기소조차 되지 않았지만, 국민연금의 공격을 받은 조 회장은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관련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업의 장기 가치 제고'는 애초 정부의 안중에도 없는 말이었고 결국 '재벌 손보기'를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했던 것이다. 이런 일을 하라고 국민이 국민연금에 노후자금을 맡긴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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