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좌 추적 영장도 기각, '코드 사법부' 앞세워 조국 구하나

조선일보
입력 2019.10.12 03:20

법원이 조국 법무장관과 아내 정경심씨 등의 금융거래 내역 관련 압수 수색 영장을 수차례 기각했다고 한다. 다른 관련자들의 계좌 추적은 일부 허용하면서도 정작 의혹 핵심인 조 장관 부부에 대한 계좌 추적은 막고 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와 학교 채용 뒷돈 수수 같은 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번 사건에서 자금 흐름 파악과 그에 따른 증거 확보는 수사의 기본이자 필수 요소다. 실제 정경심씨는 20억원을 '조국 펀드'에 넣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차명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조 장관 조카는 72억원을 횡령했는데 이 중 11억5000만원을 정씨 측에 투자 수익금 또는 투자금 반환 명목으로 줬다고 한다. 다른 투자사들이 넣은 수십억 투자금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증언도 나와 있다. 이 모두 계좌 추적을 통해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그런데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이다.

웅동학원 문제와 관련해서도 교사 채용 대가로 조 장관 동생이 받은 2억원 가운데 일부가 학원 이사장이던 조 장관 모친에게 흘러들어 간 흔적이 나왔다. 부친으로부터 단돈 '6원'을 상속받은 조 장관이 56억원 재산을 어떻게 모았는지도 밝혀야 한다. 조국 펀드 투자금이 과거 웅동학원의 대출금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이 역시 계좌 추적 없이는 확인하기 힘든 문제들이다. 계좌 추적은 다른 강제 수사 방식에 비해 사생활 제한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면서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특히 금융 관련 범죄 수사에선 비교적 넓게 허용돼 왔다. 그런데 이번 수사에선 영장을 10개 청구하면 1~2개 발부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유독 '조국'에 대해서만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이유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은 앞서 꾀병으로 영장 실질 심사를 회피한 조 장관 동생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자수까지 한 돈 심부름꾼들은 "도주 우려가 있다"고 구속했으면서 이들에게 도피 자금까지 줘가며 증거를 인멸하려 한 주범은 "건강 상태를 참작해야 한다"며 풀어줬다. 조 장관 아내가 휴대전화 유심 칩을 바꿔가며 관련자들과 입을 맞춘다는 증언이 있는데도 부부의 휴대전화 압수 영장을 연거푸 기각했다. 요즘 수사에선 휴대전화 압수부터 하는 것이 상식이다. '조국 가족'만 그 상식을 비켜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조 장관 거취와 관련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 등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수사 결과뿐 아니라 법원 재판까지 보겠다는 것이다. 조 장관 역시 국회 답변에서 "본인의 위법 행위는 확정판결 때 확인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최종적으로는 그렇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원을 믿는다는 뜻이다. 민주당도 요즘 부쩍 '법원'을 자주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 최측근이 책임자로 있는 민주당 연구원이 김명수 대법원장 이름을 9번 언급하며 "법원의 영장 남발이 (검찰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하자 조국 동생 영장이 기각되고 계좌 추적, 휴대폰 압수 수색이 막혔다. 이것은 우연인가.

이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대법원장, 대법관은 물론 법원 요직을 '코드 인물' 일색으로 채웠다. 코드 모임 출신끼리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주고받고 헌법재판관, 법제처장, 법무부 간부가 됐다. 상당수 인사에 조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간여했다. 그 결과가 '조국 사태'에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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