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19] 위로하는 법

조선일보
  •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19.10.12 03:12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사별한 친구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연을 읽었다. 친구의 슬픔에 압도당한 나머지 내내 침묵하다가 헤어질 때 '힘내'라는 말을 꺼냈는데, 그 말이 부적절하게 느껴져 괴롭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슬픔에 취약하거나, 비극의 역설에 쉽게 내동댕이쳐지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9·11 테러에 관한 얼마나 많은 글이 그날의 화창한 날씨에 대한 묘사로 시작되는가.

'슬픔의 위안'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면 내가 가장 처음 열어볼 만한 책이다. 책은 슬픔의 무게나 정직한 대면 같은 슬픔의 다양한 측면을 채집하고 있는데,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전할 위로의 방법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남에게 밧줄을 던져줄 때는 반드시 한쪽 끝을 잡고 있어라…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슬픔에 빠진 이에게 입증할 수 없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예를 들어 누군가 '그분은 더 좋은 곳으로 가셨어요'라고 한다면, 이때 이 사람은 밧줄의 반대쪽 끝을 잡고 있지 않은 것이다… 반면 '밤새도록 휴대전화를 쥐고 있다가 당신 전화번호가 뜨면 언제라도 받을게요'라고 말해준다면 한결 더 낫다. 이는 그 사람이 알 수 있는 사실이고, 또 할 수 있는 일이다. 신뢰해도 되는 밧줄이다."

상자를 묶는 데만 밧줄을 사용한다면 튼튼함을 쉽게 의심하지 않겠지만, 그 밧줄에 의지해 만약 절벽에 매달려야 한다면 어떻겠는가. 절망과 슬픔에 빠진 사람은 밧줄 하나로 벼랑 끝에 매달린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어떤 말이 튼튼한 밧줄일까. "시간이 약이에요" "괜찮을 거예요"처럼 상투적이거나 확인할 수 없는 말보다 그를 위해 차 한 잔을 끓이는 게 나을 수 있다. "당신을 위해 늘 기도할게요"라는 말보다 "밀린 세탁물 찾아놓을게요. 경비실에 맡겨놓을 테니까 편할 때 찾아요"라는 말로 지친 그녀를 쉬게 해주는 것 말이다. 인디언 말로 친구란 '내 슬픔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란 뜻이다. 슬플 때는 지킬 수 있는 작은 약속이 지킬 수 없는 큰 약속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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