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우리 윤 총장" "우리 삼성"

조선일보
입력 2019.10.12 03:16

노무현 정부 시절 좌파 진영은 노 정부가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삼성과 '유착' 관계를 의심했다. 노 대통령은 부산상고 1년 선배인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학수 선배"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노 정부가 국정 과제를 짤 때 삼성경제연구소가 브레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노 정부 5년간 삼성과 밀월은 계속됐다.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에 삼성전자 사장 출신이 발탁됐다. 국정원에서 국내 정보를 총괄하는 자리에 삼성 임원을 기용했다. 노 대통령 최측근 실세 책상엔 항상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삼성 X파일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말한다'는 책에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제안한 정책을 채택한 사례는 아주 흔했다. 심지어 정부 부처별 목표와 과제를 정해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만물상] '우리 윤 총장' '우리 삼성'
▶문재인 정부의 고위 인사는 사석에서 "노 정부가 삼성에 의존한 것이 실패를 불렀다"는 얘기를 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내내 20차례 가깝게 압수 수색을 하고, 수백 명을 소환 조사하며 삼성을 잡으려 총력을 기울였다. 첫 미국 방문이나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 때도 대한민국 최대 기업 삼성은 초대받지 못했다. 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말들이 정권 내부에서 돌았다.

▶그러나 고용 참사와 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 취임 1년여 뒤 문 대통령은 인도 방문 때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 찾아가 집행유예로 갓 출소한 이재용 부회장을 처음 만났다. 이후 지금까지 총 9차례나 만나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회동 횟수(8회)를 넘었다. 엊그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선 문 대통령이 "우리 삼성"이라고 지칭하면서 "국민께 좋은 소식 전해주신 이 부회장께 감사드린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6차례나 했다. 기업 투자가 아쉬운 마당에 삼성의 거액 투자가 고맙긴 고마웠을 것이다.

▶좌파 진영에선 '우회전 시즌2'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의당 대표는 "조국 사태를 돌파하려 친재벌, 반노동 행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인터넷 여론엔 냉소적 반응이 많다. "잡아넣을 땐 언제고, 경제가 급하긴 급한 모양" "웬 변덕, 이러고 또 감방 넣으려고" "문 대통령이 '우리 윤(석열) 총장' 하더니 어떻게 됐나, 조심해라"는 식의 댓글이 쏟아졌다. 하긴 "우리 윤 총장" 두 달여 만에 세상은 크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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