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전 합참차장 “내가 국방부 장관 고발한 이유”

입력 2019.10.13 11:00 | 수정 2019.10.13 16:44

[주간조선]

신원식 전 중장은 “진정한 군인은 나라가 진짜 위기에 닥쳤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신원식 전 중장은 “진정한 군인은 나라가 진짜 위기에 닥쳤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9월 말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대수장)’은 9·19군사합의가 일방적으로 북한에 유리한 합의라며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이적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10월 1일에는 각각 대수장 전략위원과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원식(61) 전 합참차장(중장)과 이석복 전 육군 5사단장이 검찰에 출두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대수장’은 창군 원로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고문으로 추대하고 김동신·권영해·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이필섭 전 합참의장, 김재창 전 연합사령부 부사령관 등 9명의 공동대표와 900여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모여 올해 1월 결성한 단체다. 9·19군사합의를 기점으로 대한민국 국방과 안보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모였다고 한다.

이 중 가장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는 인사는 전략위원을 맡고 있는 신원식 전 육군 중장이다. 신 전 중장은 육사 37기로 임관해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역임하고 2015년 10월 합참차장을 끝으로 40년의 군생활을 마쳤다. 그는 이후 칼럼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안보중론’을 설파해왔다. 그는 10월 3일(개천절)에 광화문에서 열린 ‘조국 반대’ 집회에도 참가해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거리 집회 참가를 두고 “나라가 더 이상 이렇게 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5일 토요일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신 전 중장은 인터뷰를 마치고 또 주말 집회에 갈 계획이라고 했다.

“몇몇 시민단체 또는 개인이 국방부 장관을 고발한 적은 있었지만 900여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전·현직 국방장관을 고발한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검찰에서도 이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신 전 중장은 이번에 고발한 송영무 전 장관, 정경두 장관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을 갖고 있다. 송 전 장관이 합참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을 당시 신 전 중장은 합참 작전본부에서 과장을 했고, 정 장관이 합참 전략본부장을 할 때 신 전 중장은 합참차장이었다. ‘개인적인 인연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군 선후배를 검찰에 고발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신 전 중장은 단호하게 답했다.


“9·19합의는 시민과 강도를 동격에 둔 꼴”

“그만큼 9·19군사합의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대수장’ 전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6·25를 비롯해 남북 간의 모든 군사적 무력 충돌은 북한의 계획적 도발 때문에 일어났다. 우리는 군사행동을 당한 이후 대응하기 위한 자위권적 대응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9·19합의는 ‘북한도, 우리도 잘못이 있다’는 식의 양비론적인 접근이다. 우리는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방어만 하는 나라다. 방어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감시인데, 9·19합의는 이 감시를 포기한 셈이다. 비유를 하자면, 강도는 자기 집에 CCTV나 담을 설치할 필요가 없지만, 도둑질할 일 없는 선량한 시민은 마땅히 그것을 설치해야 한다. 9·19합의는 스스로 CCTV와 담을 해체한 것에 다름 아니다.”

9·19군사합의에는 ‘군사분계선 부근 비행금지구역 설정(동부지역 40㎞, 서부지역 20㎞)’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신 전 중장은 “군생활을 40년 가까이 한 사람들이라면 도저히 합의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 간 군사적 균형에서 ‘북핵’은 한국에 절대 불리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핵을 가질 수 없으니 한·미동맹으로 억제대응하면서 극복할 뿐이다. 재래식 전력의 규모는 북한이 더 많지만, 우리는 질적인 면에서 절대적으로 우수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밀감시능력과 정밀타격능력이다. 북한은 이 능력이 부족하다. 북이 100발 쏠 걸 우리는 한두 발로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9·19합의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이 능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서해 NLL 역시 마찬가지다. 서해는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더 치명적인 지역이다. 서해에서 평양은 멀지만, 우리는 인천·서울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일 북한은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북극성-3형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 SLBM의 사거리는 약 2000km 내외로 미국의 괌 기지가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미국은 이 SLBM 발사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10월 5~6일 스웨덴에서 열린 미·북 실무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에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이 회담 역시 사실상 결렬되면서 ‘스톡홀름 노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대한민국 안보를 가장 위태롭게 하는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그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북한의 SLBM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위험한 존재다. ICBM은 킬 체인(Kill-chain)과 미국의 5중, 6중 방어망을 뚫고 미 본토에 도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반면, SLBM은 사전에 탐지해서 격추시키기가 한층 어려운 무기다. 북의 SLBM은 ‘최소억제전략’을 갖춘 것이라고 봐야 한다.”

최소억제전략이란 약소국이 강대국에 맞서기 위해 취하는 전략 중 하나라고 신 전 중장은 설명했다. 약소국이 ‘너(강대국)는 나를 완전히 섬멸시킬 능력을 갖췄지만, 나는 적어도 너희 나라의 도시 10개는 파괴할 수 있다. 네가 나를 파괴시키고 이겨서 얻는 이득보다 너희 도시 10개가 날아가서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의도를 바탕으로 강대국에 맞서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최소억제전략을 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과 프랑스, 중국이었는데 중국은 나름대로 서서히 ‘최대억제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히려 미국과 러시아 사이보다 미국과 중국 사이가 더 경쟁하고 있는 모양새다. 영국과 프랑스는 ICBM이나 공중에서 발사하는 크루즈미사일도 없고 단지 SLBM만 가지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ICBM과 SLBM을 가졌다는 건 미국에 대한 최소억제전략을 확실히 가졌다고 봐야 한다.”

미국에 대한 북의 ‘최소억제전략’이 우리에게는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신 전 중장은 “한마디로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억제시킨 뒤 한국을 굴복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억제하는 것, 두 번째는 대남(對南)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상대로 주한미군을 철수하게 만들고 한국을 고립시킨 후 핵무기로 우리를 굴복시키겠다는 의도다.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미국이 한반도 상황에 손을 떼는 제2의 ‘애치슨라인’이 그어질 수 있다. 미국은 1949년 6월 말에 군사고문단 470여명 빼고 모두 철수했다가 6·25가 일어나니 다시 참전했다. 당시 북은 미군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쳐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 김정은은 핵을 가지고 ‘미국이 아예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 출범식에서 전직 국방부 장관 등 예비역 장성 450여명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 출범식에서 전직 국방부 장관 등 예비역 장성 450여명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후천적으로 키운 것”

미군이 정말 한반도를 떠날까.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요구하고 있는 ‘체제 보장’은 결국 주한미군 철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트럼프가 북핵 문제 해결로 재선을 도모하기 위해 얼마든지 ‘무리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사람들은 미군이 절대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는 착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보다 훨씬 지정학적·전략적 가치가 높은 곳이 필리핀이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밀약 때도 미국은 필리핀만큼은 지켜내면서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하는 것을 용인했다. 미국은 지상군 위주가 아닌 해·공군을 주력으로 운용하는데, 한반도에까지 지상군을 배치할 수 없어서 그은 것이 애치슨라인이고 그 직후 6·25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1953년 아이젠하워 정부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 돌아가려고 했지만, 당시 이승만 정부가 안 된다고 막아냈고 그 결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얻었다. 미 지상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역사적 사건을 만든 것이다.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태생적으로 높아서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노력해서 후천적으로 높여놓은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은 그걸 걷어차고 있다.”

대한민국 주소지를 가진 섬에 북한군이 주둔한다는 사실이 주간조선의 보도로 알려져 논란이 된 ‘함박도’에 관해 지난 10월 7일 열린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박한기 합참의장은 “함박도에 북한군의 움직임이 최초 포착된 시점은 2017년 5월 4일”이라고 했다. 서해 NLL 일대 도서에 북한군시설이 들어선 사실이 언론에 의해 밝혀진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경우 군이 먼저 나서서 브리핑하고 대응책을 설명해왔다.

신 전 중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NLL 인근에 군사시설이 지어지는 건 그 자체로 긴급보고 사항이다. 군에서는 보고가 이뤄졌을 테지만, 누군가가 밖으로 알리는 것을 ‘깔아뭉갰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주체가 청와대였을 것이라 본다. 이건 국민의 안전권과 생명권을 포기한 것이다. 지금 국방부는 이걸 두고 ‘군사시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군형법에 나와 있는 ‘거짓 보고의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몸담았던 군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면 현역에 있는 후배들에게 원망을 사지 않는지 궁금했다.

“후배들이 나와 접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이익을 받을까 염려되어 잘 연락하지 않는다. 후배들에게 한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정권이 어떻든 너희들은 너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철저히 지켜라’라는 말이다. 군단장은 군단을, 사단장은 사단을 최대한 강하게 키워야 한다. 조선 조정은 썩었어도 전라 좌수사 이순신은 전쟁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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