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M 최전선, 마양도 vs 소모도… 잠수함은 잠수함이 잡는다

입력 2019.10.13 06:00 | 수정 2019.10.13 11:31

[주간조선]

지난 7월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살펴보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SLBM을 쏘는 잠수함 수직발사관(사진 왼쪽 위)은 모자이크 처리돼 있다. photo 조선중앙TV
지난 7월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살펴보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SLBM을 쏘는 잠수함 수직발사관(사진 왼쪽 위)은 모자이크 처리돼 있다. photo 조선중앙TV
북한이 지난 10월 2일, 동해 원산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사출 실험에 성공했다. 잠수함에 탑재한 SLBM은 육해상 전력이 모두 궤멸된 상태에서도 탐지가 어려운 수중에서 적에게 일격을 날릴 수 있어 ‘최종병기’라고 불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SLBM 시험발사 다음날인 10월 3일, 신문 1, 2면에 걸쳐 ‘북극성-3형’ 잠수함탄도탄(SLBM) 시험발사 성공 소식을 모두 12장의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가운데는 대기권을 뚫고 솟구친 ‘북극성-3형’ 미사일이 찍은 지구 사진도 들어 있었다.

노동신문은 이날 발사에 성공한 ‘북극성-3형’ 미사일을 “적대 세력들의 뒷잔등에 매달아 놓은 시한탄으로, 가장 무서운 멸적(滅敵)의 비수”라고 표현했다. 비록 실제 잠수함이 아닌 수중바지선에서 SLBM 수중사출 실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나, 엄연한 탄도미사일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하고 있다.

앞서 북한의 조선중앙TV는 지난 7월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김 위원장이 잠수함 공장을 찾아 잠수함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도 공개한 바 있다. 조선중앙TV가 장소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군 관계자들은 조선중앙TV가 “건조된 잠수함은 ‘동해’ 작전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작전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밝힌 내용을 근거로, 김정은 위원장이 찾은 잠수함공장은 북한 최대 잠수함기지인 함경남도 신포의 신포조선소인 것으로 봤다. 또 수직 발사관을 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한 신형 잠수함은 SLBM 탑재가 가능한 배수량 2000~3000t 규모의 신포급(고래급) 잠수함일 것으로 추정했다.


잠수함 추적 ‘사막에서 바늘 찾기’

바닷속에서 잠수함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다고 얘기된다.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잡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출항하는 잠수함을 잠수함으로 미행해 요격하는 것이다. 잠수함이 깊은 바다로 나오기 전에 차단하는 소위 ‘선제적 반접근 전략(Preemptive anti-access strategy)’이다.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의 활동반경을 그 인근에 꽁꽁 묶어 두는 것으로, 미 해군이 과거 구(舊)소련에, 현재 중국에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제적 반접근 전략’의 실행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해군본부 측에 따르면, 북한이 운용 중인 잠수함은 70여척인 반면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잠수함은 209급(장보고급), 214급(손원일급)을 통틀어 15척에 불과하다. 잠수함 개별 성능으로는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하나, 수적으로 절대 열세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KIMS)의 김종민 선임연구위원(예비역 해군 제독)은 “북한의 잠수함 기지는 마양도, 차호(함경남도 이원군), 남포까지 여러 군데를 두고 있다”며 “잠수함 기지가 많은 것은 진해와 제주밖에 없는 우리보다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 잠수함이 SLBM까지 탑재하고 기지를 빠져나온다면 ‘전쟁 양상’이 달라진다.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을 탑재한 북한의 신형 잠수함이 동해의 3대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해협(쓰시마해협)이나 쓰가루(津輕)해협(혼슈와 홋카이도 사이), 소야(宗谷)해협(홋카이도와 사할린섬 사이)을 돌파해 서태평양을 휘젓고 다니는 순간 주변국들은 심각한 군사적 위협을 받게 된다.

군 관계자들은 이번에 수중사출 실험에 성공한 ‘북극성-3형’ SLBM의 사거리를 2000㎞ 내외로 추정하고 있는데, 서태평양 수중에서 미국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물론, 본토 서해안의 주요 대도시까지 핵탄두를 탑재한 SLBM의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다. “서울을 구하기 위해 LA를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오래전부터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함경남도 신포 인근 지도 photo 구글
함경남도 신포 인근 지도 photo 구글
북한 해군, 신포 마양도기지

다행히 군 관계자들은 SLBM을 탑재한 북한의 신형 잠수함이 모항(母港)으로 추정되는 신포 마양도(馬養島) 잠수함 기지를 제대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잠수함 기지의 핵심조건은 ‘은밀성’이다.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외국의 경우도 잠수함 기지는 항상 안쪽에 있는데 미국에는 강에서부터 100㎞ 안쪽에 잠수함 기지를 두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동해와 서해 두 개의 바다를 끼고 있는데, 서해의 경우 잠수함을 은닉할 만한 오밀조밀한 해안이 많지만, 수심이 얕아 2000~3000t급 이상의 중대형 잠수함을 운용하기는 부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동해안은 수심이 깊어 2000~3000t급 잠수함을 운용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지만, 해안선이 밋밋해 잠수함을 은닉하고 비밀리에 운용할 만한 잠수함 기지가 마땅치 않은 것이 고민이다. 북측 동해안 일대에는 동해함대사령부가 있는 함경남도 락원 퇴조항을 비롯해 장전항·문천항(이상 강원도), 신포항·차호항(이상 함경남도) 등지에 잠수함 기지가 있는데 모두 외해에 노출돼 있다.

그나마 북한이 이들 동해안 잠수함 기지 중에서 주력 기지로 택한 곳이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의 마양도란 섬이다. 신포항에서 약 2㎞ 정도 떨어져 있는 마양도는 1994년 제네바합의 결과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북한에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주던 신포 금호지구와 멀지 않은 곳이다. 섬의 전체 면적은 약 8㎢ 정도인데 북한은 이곳에 잠수함 부두와 함께 20~30척 내외의 잠수함을 은닉할 수 있는 동굴기지를 비롯해 잠수함 수리조선소 등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섬 밖에는 잠수함 기지를 보호하기 위한 해안포대와 방공포대 등을 두고 있다고 한다. 구글 위성지도만 봐도 오밀조밀한 섬 안쪽 해안선을 따라 부두와 군사시설이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68년 원산 앞바다에서 나포된 미 해군 정보수집선 푸에블로호가 감시대상으로 삼았던 북한의 4개 항구(청진·성진·마양도·원산) 중 하나도 신포 마양도였다.

마양도기지는 외해(동해)와 곧장 이어져 있어 눈에 띄지 않고 출격하기가 쉬운 것이 최대 장점이다. 수심이 깊은 외해 속으로 곧장 잠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한국이나 미국 잠수함이 은신하다 공격하기 쉬운 것은 최대 약점이다. 바깥으로 나와 있는 잠수함 기지는 잠수함이 나가기도 쉬운 반면 적 잠수함이 접근하기도 쉽다는 단순한 진리다.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마양도 기지의 경우 우리 잠수함이 물속에서 기다릴 수 있는 곳이 많아 아주 취약하다”고 했다.

한국 해군의 214급(손원일급) 잠수함은 디젤전기잠수함이지만 ‘AIP(공기불요추진장치)’를 탑재하고 있어 약 2주 정도 잠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9월 거제도 대우조선해양에서 진수식을 마치고 현재 시운전 중인 도산안창호함(3000t급)은 이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은 말할 것도 없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0월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원자력(핵) 잠수함이 있다면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격멸하는 데 가장 유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해에 바로 접한 까닭에 유사시 함포사격이나 함대지 미사일에 정면으로 노출돼 있는 것도 신포 마양도기지의 최대 약점이다. 잠수함들이 인공동굴 속에 은폐돼 있는 까닭에 인공동굴 입구만 무너뜨리면 잠수함이 독 안에 든 쥐처럼 꼼짝달싹 못 한다고 한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정삼만 연구실장은 “잠수함이 평소에는 동굴 속에 들어가 있어서 인공위성에 노출이 안 되는데, 인공동굴 입구만 타격하면 잠수함이 나올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마양도에 대규모 지하시설 공사를 하는 현장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된 적이 있는데, 군 당국은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 취역을 앞두고 마양도 전체를 요새화해 방어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작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7년 진해해군기지를 찾아 안중근함에 승선한 문재인 대통령. photo 청와대
2017년 진해해군기지를 찾아 안중근함에 승선한 문재인 대통령. photo 청와대
한국 해군, 진해 소모도기지

외해(동해)에 고스란히 노출된 북한 해군의 주력 잠수함 기지인 신포 마양도기지와 비교하면 한국 해군의 주력 잠수함 기지인 진해해군기지의 입지적 장점은 단연 돋보인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 사령부는 최후방이라고 할 수 있는 남해안에 접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진해해군기지 안에 있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도의 사이에 있는 진해만(灣)에서 마산항으로 접어드는 길목에는 ‘소모도(小毛島)’라는 작은 섬이 있다. 해군은 과거 이곳에 군 전력 증강사업인 ‘율곡사업’의 일환으로, 기존의 진해해군기지와 연결하는 약 1㎞ 길이의 방파제를 건설하고 인근 공유수면을 매립해 섬을 육지화한 다음 해군의 주력 잠수함 기지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의 제9잠수함전단을 모태로 2015년 새로 창설된 ‘해군 잠수함사령부’도 진해해군기지 경내에 자리 잡았다.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이 기항하는 곳도 진해 소모도기지다. 과거 진해 소모도기지로 입항하는 로스앤젤레스급(6000t급)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의 모습이 수차례 목격되기도 했다. 해군본부 측은 “북한 SLBM 시험발사 후 진해 기지를 공개해달라는 언론의 요청이 많지만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고 양해를 부탁했다.

하지만 진해 소모도기지의 모습은 과거 공유수면 매립 과정을 둘러싸고 불거진 어업피해 보상, 환경시민단체와의 각종 소송을 비롯해 잠수함정비창 폭발사고(2016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어느 정도 알려져 왔다. 기지 경내에는 잠수함역사관을 두고 내빈들에게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가장 최근 진해 소모도기지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중에 진해에 있는 해군 잠수함사령부를 찾아,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잠수함에 승선하면서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승선한 잠수함은 214급(손원일급) 안중근함으로, 청와대는 “현직 대통령이 잠수함 내부에 승선한 것은 최초”라고 밝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진해해군기지 경내에 있는 해군 공관에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잠수함 세일즈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7년 국산 잠수함을 첫 수출한 대상국이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도 사이에 있는 진해만 깊숙한 곳에 자리한 진해 소모도기지는 리아스식 해안으로 둘러싸인 깊은 만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입구만 제대로 지키고 있으면,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진해만 곳곳에 산재한 부도, 초리도, 지리도, 소쿠리섬 등 작은 섬들과 얕은 수심 문제로 한국이나 미국 잠수함을 수중에서 요격하기 위해 북한 잠수함이나 반(半)잠수정이 수중으로 잠항해 들어오기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소모도기지에서 배로 30분가량 떨어진 부도에는 해군 탄약창이 있어 경계가 삼엄하다.

수심이 얕을 경우 어뢰가 갯벌에 처박히는 경우가 많아 어뢰를 쏘기도 곤란하다.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협수로와 수심 문제로 우리 잠수함도 만 내에서는 수상으로 항해한 뒤 가덕도 바깥쪽에서 잠항해야 한다”며 “반대로 북한 잠수함이나 반잠수정이 들어와도 수심 문제 때문에 잠항이 불가능해 부상할 수밖에 없어 침투가 어렵다”고 말했다.

진해해군기지를 북쪽에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장복산(해발 582m)으로 인해 북한 전투기가 공중에서 잠수함 기지를 타격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정삼만 연구실장은 “진해 북쪽에 높은 산이 있기 때문에 비행기로 접근하기가 힘들다”며 “반대로 바다로 트여 있는 앞쪽에서 공격하려면 고도를 낮춰야 하는데, 공격한 뒤 고도를 다시 올릴 때 산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남한 전역을 사정권 안에 둔 북한 탄도미사일 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마냥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북한의 기존 재래식 해군 전력만으로 진해를 함락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진해는 주일 미 해군기지가 있는 규슈 사세보(佐世保)항과도 그리 멀지 않아,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한 지원병력을 받기도 용이하다. 정삼만 연구실장은 “진해는 세계적인 천혜의 요새”라며 “일본이나 러시아가 진해를 탐냈던 이유가 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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