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내세워 공수처법 밀어붙이는 與...검찰 압박? 조국 사태 출구전략?

입력 2019.10.11 17:29 | 수정 2019.10.11 17:41

이해찬 "선거제 개편안 다음 처리하기로 한 사법제 개편안, 순서 바꿀 수 있어"
이인영 "사법제 개편안, 오는 29일 본회의 부의 가능…18일 남은 것"
野 "검찰 개혁 내세워 검찰 압박하려는 것"⋯일부선 조국 퇴진 명분 위한 출구전략說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제도 개편 관련 법안을 선거법 개정안보다 먼저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말 사법제도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때 선거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한 뒤 표결에 부치기로 자유한국당을 뺀 야3당과 합의했다. 그런데 법안 처리 순서를 뒤바꿔 사법제도 개편안부터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계속되자 '검찰 개혁'을 내세운 사법제도 개편을 서둘러 검찰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법을 조속히 처리하는 게 국민적 논란을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검찰개혁법 심사에 속도를 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4당 합의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 만큼, 4당이 합의하면 (국회 처리) 시기와 순서도 조정할 수 있다"면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가 첫 정치협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니 국민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지난 4월 29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4당은 당시 본회의 표결 순서를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순으로 정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핵심 국정과제인 사법제도 개편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선거제 개편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정의당 등 야당의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한 것이다. 그런만큼 이날 '패스트트랙 안건 처리의 시기와 순서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이런 합의와 배치되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지역구 의석수 조정 문제를 두고 여야 4당 간에도 이견이 큰 선거제 개편보다 '조국 정국'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사법제도 개편안부터 먼저 처리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공수처 설치법 등 사법제도 관련 법안 처리 시기에 대해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지만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른 사법개혁안의 본회의 부의까지) 18일이라는 시간은 여야가 협상하고 합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다음 주부터 여야 원내대표 중심으로 교섭단체 3당 간 협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사법 개혁 법안의 국회 처리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며 '10월 29일 본회의 부의'를 기정사실처럼 주장했다. 사법제 개편안이 일단 본회의에 올라가면 올해 안에 안건 상정 후 표결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민주당이 조국 정국을 전환하기 위해 야당과 합의도 없이 무리하게 사법제도 개편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사법제도 개편 법안의 본회의 부의 시점을 이달 29일로 기정사실화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에서는 "국회법에 따르면 사법제도 관련 법안은 내년 1월말 이후에나 본회의에 부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의 논의 이후, 법제사법위에서 최장 90일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다. 하지만 사법제 개편안은 사개특위의 표결없이 법사위로 넘어간 이례적 상황이라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여당에서는 법사위가 소관 상임위인만큼 별도의 체계·자구심사가 필요없다는 입장이고, 야당에서는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 주장대로 체계·자구심사를 거치지 않아야 오는 29일 부의가 가능하다. 반면 야당 주장대로 법사위 심사를 최장 90일 하게 되면 내년 1월말 이후에나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사법제도 개편안 처리를 서두르는 배경을 두고 '조국 정국 출구용 전략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를 서둘러서 검찰을 견제하려는 측면 외에 경우에 따라 사법제도 개편안 처리가 마무리되면 이를 명분 삼아 조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식의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여권 일부에서도 내년 4월 총선이 점점 다가오는 상황에서 조 장관 사태를 계속 끌고 가기는 부담스럽다는 흐름이 있다"며 "조 장관이 검찰 수사에도 검찰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며 버티고 있는 만큼, 관련 법안 처리를 통해 그의 퇴진을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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