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시리아 북동부에서 철수하면서 그동안 우호적이었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적 이익을 위해 쉽게 쿠르드를 배신했듯이 언제든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도 철회할 수 있다는 불안이 엄습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 중 한명이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적인 이란이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6월 16일(현지 시각) 골란고원 브루힘의 ‘트럼프 고원’이라고 적힌 표지판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AP통신은 최근 미국이 시리아 북동부에서 철수한 것은 이스라엘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의심스럽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결국 미국에도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였던 댄 샤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본능과 혼란스럽고 충동적인 의사결정은 실제로 그들의 이익에 매우 큰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꾸준히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그는 미국 지도자에 대한 따뜻한 포용에 대한 대가로 몇가지 외교적 이득을 얻기도 했다.

실제 양국의 동맹은 트럼프 행정부 처음 몇년 동안 네타냐후 총리에게 많은 성과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년 동안 미국의 정책을 깨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까지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미국 대사관도 팔레스타인이 반대하는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트럼프는 또 이스라엘이 약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비난했던 이란과의 국제 핵협정에서도 탈퇴했다. 그는 유엔에서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이스라엘을 옹호했고 올해 초 이스라엘이 지난 1967년 중동 전쟁때 시리아에서 점령한 골란 고원 지대를 합병한 것도 인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에 이스라엘에 대해 ‘백악관에서 가져 본 가장 친한 친구’라고 자랑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4월 재선에 실패하고 지난달 2차 투표를 해야하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첫 선거 운동 당시만해도 네타냐후 총리의 입후보를 받아들였고 골란 고원 지대 합병을 승인하면서 그를 백악관에 초청하는 등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AP보도에 따르면 이후 점차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가 총선에서 두번째로 과반수를 차지하는 데 실패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우정을 깨뜨리는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대결에서 물러나는 일련의 움직임과도 연관되며 보다 분명해졌다. 6월에 그는 미국 무인 항공기의 격추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에 대해 계획됐던 공격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달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이란의 공격에 대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군사행동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후 이번주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 지역에서 갑자기 미군을 철수시켰다. 이슬람 국가 단체와의 싸움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한 터키 침공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두고 이스라엘이 시리아나 레바논, 이라크에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이란이 강수를 두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친이스라엘 행보를 이어온 미국을 뒤에 업고 이란과 대립해왔다.

이스라엘 바일란 대학의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 전문가인 아이탄 길보아는 "미국이 동맹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매우 약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준다"고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973년 중동 전쟁에서 사망한 병사들을 위한 추모식에서 "우리는 항상 우리를 인도한 기본규칙을 기억하고 구현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은 어떤 위협에도 맞서 스스로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중단했지만,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수한 것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긴밀한 동맹에 대해 이들 역시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들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은 민주당에서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후원자들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적인 유대인 미국 공동체를 소외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유럽의 동맹국들과도 마찰을 일으켰다.

이에 아모스 하렐 하레트 AP 해설위원은 "예루살렘의 관점에서 볼때 최근까지 미국에서 이스라엘의 가장 친한 친구로 꼽혔던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는 또다른 경고 신호인 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네타냐후 총리는 민주당과 멀리 떨어져 이스라엘을 위해 미국의 전통적인 초당적 지지를 훼손하는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에 너무 많이 의존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