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미디어 아트로 신라의 '찬란한 천년' 만난다

입력 2019.10.11 03:45 | 수정 2019.10.13 11:42

[뜬 곳, 뜨는 곳] '문화 박람회'로 도약하는 경주

- 10회 '경주문화엑스포' 11일 개막
'빛의 신라' 등 4대 프로그램 첫선, 3D 홀로그램 보며 둘레길 산책
첨성대에 올라 하늘 관측하듯 영상으로 별과 우주 감상
지난해까지 2000만명이 관람… 경제유발효과 2조2500억원

올가을 경북 경주에 가면 첨성대를 우주 한가운데서 만날 수 있다. 발아래 부서지는 금가루를 모아 천마총 금관을 만들고, 눈앞에서 춤추는 빛을 따라 성덕대왕 신종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천년 신라의 문화유산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찬란한 빛의 신라' 전시다. 11일 개막하는 '2019 경주세계문화엑스포'(경주엑스포)의 4대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올해로 10회를 맞아 경주엑스포는 '빛의 신라' 등 4대 역사·문화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3D 홀로그램과 최신 영상 기술로 신라 문화유산을 듣고 보도록 만들었다. 올해 엑스포 예산 80억 중 65억이 투입됐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들을 다음 달 24일 엑스포가 끝나고도 내내 선보이겠다는 것이 이번 경주엑스포의 야심 찬 계획이다. 상설 프로그램을 선보일 천군동 보문관광단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은 365일 관람객을 위해 쉬지 않는 '타임머신'이 된다. 지난 8일 엑스포공원 전시관인 '천마의 궁전'에서는 커다란 별이 다가와 안기는 우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첨성대에 올라가 하늘을 관측하던 신라인이 된 듯 별과 우주를 영상으로 감상해보는 미디어아트였다. 첨성대로 발을 들여놓듯 네모난 틀에 들어가면 영상이 관람객을 둘러싼다.

지난 8일 오후 경상북도 경주시 천군동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화랑숲에서 엑스포 관계자들이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야간 둘레길 ‘신라를 담은 별(루미나 나이트 워크)’을 걸어가고 있다. 이번 경주엑스포의 4대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경주 금령총에서 발굴된 국보 91호 기마인물형토기를 소재로 한 3D 만화영화 ‘토우대장 차차’가 2㎞ 길을 따라 상영된다. 사진은 6개 구간 중 네 번째인 ‘중간계 신비로운 숲’의 장면으로 자외선 형광 페인트로 그려진 무늬들이 돌과 나무, 조형물 곳곳에서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경상북도 경주시 천군동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화랑숲에서 엑스포 관계자들이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야간 둘레길 ‘신라를 담은 별(루미나 나이트 워크)’을 걸어가고 있다. 이번 경주엑스포의 4대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경주 금령총에서 발굴된 국보 91호 기마인물형토기를 소재로 한 3D 만화영화 ‘토우대장 차차’가 2㎞ 길을 따라 상영된다. 사진은 6개 구간 중 네 번째인 ‘중간계 신비로운 숲’의 장면으로 자외선 형광 페인트로 그려진 무늬들이 돌과 나무, 조형물 곳곳에서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다. /김동환 기자
걷는 내내 3D 홀로그램 영상을 감상하는 야간 둘레길 '신라를 담은 별'도 생겼다. 만화영화 '토우대장 차차'를 영상으로 보면서 서라벌 옛길을 걷듯 2㎞ 길이의 화랑숲길 산책을 즐기는 코스다. 엑스포 문화센터 문무홀에서는 화랑 비형랑이 신라를 위협하는 도깨비를 물리치는 '인피니티 플라잉' 공연이 펼쳐진다. 기존 플라잉 공연에 로봇팔과 3D 홀로그램 기술을 더했다. 고정된 천을 잡고 일직선으로만 날아다니던 화랑들이 로봇팔에 매달려 360도로 쉴 새 없이 무대를 휘젓는다.

첨단 콘텐츠로 무장한 경주엑스포의 변신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도전이다. 경주엑스포는 지난 1998년 이의근 당시 경북지사의 주도로 시작됐다. 당시 이 지사는 "영국이 산업박람회로 20세기 산업사회를 이끌었듯 우리는 문화박람회로 21세기 문화 사회를 선점하자"며 나섰다. 우려도 컸다. 손원조(77) 경주취연벼루박물관 관장은 "당시만 해도 경주 시민들은 '문화로 박람회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박람회는 대부분 과학·산업 분야에 치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오후 경상북도 경주시 천군동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가운데 높이 82m의 경주타워가 우뚝 서 있다. 황룡사 9층 목탑의 형태를 음각으로 새겨넣은 경주타워는 지난 2007년 완공된 엑스포의 상징 조형물이자 경주 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지난 8일 오후 경상북도 경주시 천군동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가운데 높이 82m의 경주타워가 우뚝 서 있다. 황룡사 9층 목탑의 형태를 음각으로 새겨넣은 경주타워는 지난 2007년 완공된 엑스포의 상징 조형물이자 경주 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김동환 기자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시작한 첫 엑스포는 관람객 304만명을 끌어모았다. 석굴암과 석빙고 내부를 과학기술로 재현한 '우정의 집' 등 국내 문화재,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와 관을 비롯해 세계 4대 문명에서 발굴된 유물 모형을 볼 수 있는 세계문명관이 인기를 끌었다. 경주엑스포 조직위 관계자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제외하면 국가적인 축제가 드물고 해외여행도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경주에 가면 세계 각국의 문화유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의 덕을 봤다"고 말했다. 관람객은 갈수록 늘었다. 지난 2011년 제6회 엑스포 때 경주시는 사상 최초로 연간 관광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9회까지 엑스포의 총 경제유발효과는 2조2497억원, 관람객은 2036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관람객만 늘고 대표 콘텐츠가 없다는 평가도 많았다. 이에 대한 경북도와 경주의 응답이 4대 프로그램이다. 엑스포공원의 상설 축제도 강화한다. 앞서 지난 5월 '경주엑스포 봄축제', 지난 7월 '경주엑스포 여름 풀(pool)축제'가 열렸다. 내년부터는 엑스포가 끝난 뒤 겨울 축제가 준비된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이사장인 이철우 경북지사는 "주력 콘텐츠를 설치한 만큼 엑스포의 가치를 한층 높이겠다는 뜻"이라며 "앞으로도 상설 전시를 확장하면서 관광객이 만족할 우수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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