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女기자, 최초의 女법조인… 직업을 얻기 위해 달린 여성의 100년

조선일보
입력 2019.10.11 03:10

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展 내년 8월까지 '여성, 세상으로…'

기자 최은희의 양철통
/국립여성사전시관

'신체와 수족과 이목이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 모양으로 사나이가 벌어주는 것만 앉아서 먹고 평생을 집구석에 있으면서 남의 제어만 받으리오.'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의 여성들이 '여권통문(女權通文)'을 발표했다. 김소사와 이소사로 대표되는 무명의 여성들은 집구석에서 벗어나 교육을 받고 사나이들처럼 돈벌이를 하며 문명 개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인권 선언문이다.

경기도 고양시 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전 '여성, 세상으로 나가다―여성 직업 변천사 100년'은 여권통문 전문이 실린 황성신문 영인본으로 시작해 여성의 직업 변천 100년사를 보여준다. 근현대사의 한 축을 이룬 여성들의 직업 관련 유물과 사진, 신문기사, 영상 등 120여점을 선보인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외국인 선교사들로부터 근대적 교육을 받고 기술을 익힌 조선 여성들 가운데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출현했다.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더, 최초의 간호사 이그레이스와 김마르다 등이 새로운 문물의 세례를 받은 1세대 여성 직업인들이었다.

역사의 획을 그은 '여성 1호'들의 물건을 만날 수 있다. 1924년 조선일보에 입사한 최초의 민간지 여기자 최은희가 여성 언론인을 양성하기 위해 매달 저금했다는 양철통〈사진〉이 눈길을 끈다. 행랑어멈으로 변장한 채 아편굴과 매음굴을 취재한 그는 훗날 인터뷰에서 "여기자란 수줍은 태도를 떠나서 대담한 마음으로 멈출 사이 없이 자꾸 돌아다녀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최초의 여성 법조인으로 가족법 개정과 호주제 폐지를 위해 매진했던 변호사 이태영의 '정의의 저울', 여성 이발사 1호 이덕훈의 이발 가위도 나왔다. 기계형 국립여성사전시관장은 "할머니, 어머니, 딸, 손녀의 4세대가 지나온 길을 따라가며 여성들이 직업을 얻기 위해 달려온 100년의 시간을 담았다"고 했다. 내년 8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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