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수명 다한 맘카페의 소수 독재

조선일보
입력 2019.10.11 03:16

2000년대 초 포털 사이트에 '카페'라는 공간이 생기면서 취미·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동호회들이 생겨났다. 젊은 엄마들이 모이는 '맘카페'들도 이때쯤 생겨났는데 회원 수 280여만 명의 '맘스홀릭'이 2003년, 300만명 넘는 '레몬테라스'가 2004년 개설됐다. 지역별 맘카페도 우후죽순 만들어져 현재 크고 작은 맘카페가 1만개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맘카페의 부작용은 가짜 고발로 특정 가게나 업체가 피해를 보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2년 충남 천안의 한 샤부샤부 체인점에서 종업원에게 배를 걷어차였다는 임신부의 글이 대표적이다. 이 글 때문에 식당이 문을 닫았으나 경찰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맘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한쪽 주장만 듣고 판단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맘카페는 과거부터 현 여권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향이 짙었다.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 홍보 전단에도 맘카페 16곳이 등장했다. 그런 성향이 조국 사태를 맞으면서 노골화한 것이 최근의 '맘카페 강퇴 사건'이다. 조국이나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거나 댓글만 달아도 운영자가 회원을 강제 탈퇴시켰다. 강퇴 사유로 '우리 카페 운영 원칙에 위배되는 활동'이란 애매한 문구가 회원에게 전달된다.

▶한 맘카페는 '불쾌감과 거부감을 주는 정치 문제에 대한 극단적 주장과 불만'을 삭제한다고 밝히고는 '조국 임명에 실망했다'는 글은 삭제하고 '자한당 쓰레기'란 글은 방치했다. 강퇴당하지 않으려는 회원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맘카페에는 '압수수색 결과를 보니 조국님 가족의 검소한 생활과 도덕적 무결함에 대한 확신이 강렬해진다' 같은 글들과 조 장관 사진 밑에 '미남은 진리죠'라고 쓴 댓글들만 남았다.

▶대표적 친문(親文) 맘카페의 회원 다수가 '조국 사퇴'를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카페 '레몬테라스'가 '조국에 대한 나의 생각은?'이란 제목의 투표를 진행했는데 62%가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거짓과 위선만으로 지금 사퇴해야 한다'에 표를 던졌다. '조국 일가는 거짓이 없이 청렴결백하다'에 투표한 회원은 26%였다. 다른 유명 카페에서 이뤄진 투표 결과도 비슷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소수가 다수를 억압하는 횡포를 저질러온 셈이다. 온건한 다수는 극성을 부리는 소수를 당하기 어렵다. 히틀러의 집권, 러시아혁명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맘카페를 소수가 좌지우지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다수인 양하던 속임수도 이제 끝나가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