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대통령

조선일보
입력 2019.10.11 03:17

그래도 설마 싶던 文 정권의 정체를 막무가내 '조국 비호'가 속속들이 드러내주었다
특정 정파의 수호자이자 진영 이익의 대변인임을…

박정훈 논설실장
박정훈 논설실장

'조국 반대' 광화문 집회에 대한 청와대의 묵묵부답은 절망적이다. 수십만 명이 분노와 항의의 목소리를 쏟아냈는데도 청와대는 '입장 없음'이 입장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서초동 집회 때는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던 청와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가 매우 높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조국을 퇴진시키라는 다수의 목소리엔 침묵하고 있다. 조국 일가족의 반칙과 불공정을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를 깔아 뭉개고 있다. 청와대 눈엔 광화문 광장의 국민이 국민으로 보이지 않는가.

2년 전 대선 때 문 대통령 득표율은 41%였다. 지금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은 40% 안팎을 맴돌고 있다. 나머지 60%는 반대하거나, 적어도 지지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광화문에 뛰쳐나온 사람들이 이 60%에 속하는 국민일 것이다. 수많은 국민이 조국 사태로 드러난 정권의 위선과 부도덕함에 화가 나 거리에 나왔다. 그런데 무너진 정의를 바로잡기는커녕 정권 차원에서 수사를 방해하고 비리를 은폐해주려 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저항하는 국민을 향해 여권은 "불순한 군중 동원"이며 "내란 선동"이라고 몰아붙였다. 권력을 비판하는 국민은 국민 취급을 안 하겠단 말인가. 60%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건가.

이제 온갖 논란을 불렀던 이 정권의 정체성에 대해 결론 내릴 때가 됐다. 문 대통령은 조국의 대통령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인가. 불통을 치닫다 못해 오만하기까지 한 이 막무가내 정권은 도대체 누구 편인가. 국민 전체의 편인가, 친문·좌파 진영 편인가. 대한민국의 국가 이익을 우선하는가, 특정 정파 이익의 대변자인가. 그래도 설마 그럴까 싶었는데 조국 사태가 분명한 해답을 주었다. 이제 우리를 괴롭혀 온 이 근본적이고 실존적인 질문에 대해 확신을 갖고 대답할 수 있게 됐다.

2년여 동안 우리는 우군·적군을 칼같이 구분하는 편 가르기 정권의 폭주를 목격해왔다. 반대파엔 가혹하고 자기편엔 한없이 관대한 정권이었다. 적폐 청산을 내걸었지만 실제 벌어진 것은 정적(政敵)과 반대파를 겨냥한 유혈 숙청극이었다. 수많은 전(前) 정권 인사들을 인민재판식으로 법정에 세워 씨를 말렸다. 내 편이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이 잘라내고 그 자리에 자기편을 갖다 앉혔다. 청와대는 운동권이 장악했고 참여연대와 민변, 민노총 출신들이 온갖 자리를 꿰찼다. 공기업·공공기관은 물론 공영방송과 각종 단체, 심지어 태양광 이권까지 싹쓸이하면서 그들만의 거대한 좌파 카르텔을 완성했다. 해도 해도 이렇게까지 '코드'와 '성분'을 따지는 정권은 없었다.

내 편이라면 특권과 반칙도 눈감아준다. 이 정권 들어 수십 명의 장관급 공직자가 국회 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됐다. 야당 시절엔 그토록 엄격하더니 자기편은 온갖 비리와 불법, 특혜 의혹이 드러나도 임명을 강행하고 있다. 그 내로남불의 정점을 찍은 것이 조국 장관이다. 문서 조작, 장학금 뇌물, 사모펀드 의혹 등 어느 것 하나만으로도 장관직은커녕 사법 처리 감인데 이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기편이란 이유만으로 특권과 반칙의 화신 같은 사람을 '정의 담당 장관'에 앉히고 국민의 분노를 불순한 선동으로 몰아붙였다. 정권의 편 가르기 통치술이 온 나라를 두 쪽으로 쪼갰다.

이 정권의 행태는 더 이상 국민의 대리인이라 부르기 어려운 지경을 치닫고 있다. 국익과 국가 미래가 아니라 진영과 정파 이익을 우선하는 국정이 2년 내내 펼쳐졌다. 이념 편향 외교로 동맹을 흔들고 우방 관계를 파탄 내 여기저기서 차이고 무시당하는 나라로 만들었다. 오로지 노동만 중시하는 반기업·반시장 정책으로 일자리를 없애고 서민 경제를 무너트렸으며 경제를 침체에 몰아넣었다. 2년여 동안 국격(國格)은 초라해지고 국민 살림살이는 더 힘들어졌다. 급기야 자기편을 구하려 정의와 공정을 희생시키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 모두가 '40% 정권'의 길을 택했기 때문에 자초한 결과다.

정권으로선 속으로 정치 공학적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야당은 허약하고 우파는 분열돼 있으며 대부분 국민은 먹고살기 바쁘다. 핵심 지지층만 확실하게 잡으면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선거도 필승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럴듯한 셈법이지만 결코 뜻대로 되진 않는다. 무시당하던 60%의 국민이 조국 사태 덕에 정권의 정체를 속속들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특정 정파의 정권, 국익이 아니라 진영 이익의 대변인임을 간파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이며 소셜 미디어엔 "광화문에 또 나가겠다"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친문 홍위병들이 아무리 조작해도 온라인에선 정권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래도 설마 하던 60% 국민을 향해 조국 사태가 기름을 끼얹었다.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면 똑같은 대접으로 되돌아갈 것임을 이 정권도 곧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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