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8] 고자질 문화

조선일보
  •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0.11 03:13

칼럼 관련 일러스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리는 화살이 있다. 무방비 상대에게 치명적 타격을 주는 암기(暗器)다. 그런 행위를 암전상인(暗箭傷人)이라고 적는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칼을 품어 상대를 해친다. 소리장도(笑裏藏刀)다. 중국에서는 이런 성어가 참 많이도 발달했다. 정상적 방법이나 절차를 무시하고 목적을 이루려는 행위를 가리킨다. 대개는 남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로를 따른다. 비겁함, 졸렬함, 부당함의 요소가 다 들어 있다. 그렇게 남을 해치는 행위 하나가 '고자질'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고밀(告密)이라고 적는다. 대상의 약점을 캐서 다른 이에게 알리는 행위다. 은밀하게 벌이는 '남 뒤통수 때리기'다. 소보고(小報告)로도 적는다. 정식으로 정해진 체계가 아니라 몰래, 비정상적 계통을 따르는 보고다. 역시 남의 잘못을 슬쩍 상부에 알리는 일은 소회보(小匯報)다. 달리 고발(告發), 고알(告訐), 밀고(密告)라고도 적는다. 우리는 같은 맥락의 행위를 적을 때 투서(投書)라는 말을 더 잘 쓴다. 4~6세 아동의 발달 심리에는 이런 '일러바치기'가 등장한다. 규칙을 어긴 사람을 견제코자 보이는 심리라고 한다. 그러나 사회화(社會化) 과정이 더 펼쳐질수록 이런 고자질 행위와 심리는 줄어든다.

그런 고자질 심리가 사회적으로 흐름을 형성하면 문제다. 극심한 좌파적 실험이었던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불거졌던 사람 사이의 '반목'과 '불신'은 중국에서 어느덧 고자질 문화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특히 학생이 선생을 고자질하는 사례가 아직 빈발한다. 최근에는 중앙민족대학에서 티베트 불교를 전공했던 교수가 SNS에서 학생에게 "불교를 전공했으면서 쓸데없는 정치 얘기를 왜 하냐"는 고자질성 훈계를 듣고 말문이 막혔단다. 분열과 대립 요소만 키워 퇴행하는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닮을 수도 있을 '유아기 발달 심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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