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혈맹 쿠르드族' 배신, 남 일이라 할 수 있나

조선일보
입력 2019.10.11 03:18

터키가 시리아 국경 지역의 쿠르드족(族)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개시했다. 5년 전 쿠르드족이 미국과 동맹을 맺고 IS 격퇴전을 벌일 때만 해도 터키는 쿠르드족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쿠르드족에게 엄청난 돈과 장비가 들어갔다. 우리 이익이 되는 곳에서만 싸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현지 주둔 미군 1000여명은 터키군의 쿠르드족 공격을 지켜만 보고 있다고 한다. 쿠르드족은 미국을 위해 IS 전쟁에 병력 15만명을 동원했고 1만명 이상이 전사했다. 그 피의 대가가 트럼프의 배신이었다. 배신의 이유도 '돈'이었다.

트럼프의 배신을 보고 많은 전문가들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미 동맹도 돈으로 따지는 사람이다. 한·미 연합 훈련도 "완전한 돈 낭비"라고 했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갑자기 5배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미 훈련 중단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지난해 싱가포르에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싶다"는 뜻의 발언도 연속으로 했다.

미국은 북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SLBM 도발을 했는데도 안보리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영국 등이 8일 안보리를 열었지만 미국이 뒷짐을 지는 바람에 북 SLBM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마저 불발됐다. 문재인 정부는 당연히 팔짱을 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김정은 쇼'에 정신이 팔린 트럼프가 북 심기를 살피면서 벌어지는 유례없는 현상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김정은이 이런 트럼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망상을 키우면서 모험 유혹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우리 안보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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