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취중잡담] 하루 500만원 벌던 20대, 3번의 실패로 벼랑끝..그를 살린 고소득 전문직들의 핫템

입력 2019.10.11 06:00 | 수정 2019.10.14 13:26

대리점, 쇼핑몰 등 사업 실패, 그루폰 사업본부장까지 갔지만 한국 철수
남성 전용 섬유유연제로 재기 성공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가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CEO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솔직한 속내를 들을 수 있게 취중진담 형식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 미래를 함께 탐색해 보시죠.
자취 10년차 ‘혼자남’은 빨래를 하다 문득 아쉬움이 들었다. ‘왜 섬유유연제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꽃 향기밖에 없을까. 남자향 나는 섬유유연제도 있으면 좋을 텐데….’
패션남들 사이에서 남성 전용 섬유유연제인 ‘제임스웍스’가 화제다. 작년 8월 출시 이후 매달 10만개씩 팔리고 있다. 제임스웍스를 만든 ‘혼자남’ 위진왕(41) 라이프타임웍스 대표를 만났다.
◇성공과 실패 반복한 20대 시절
위진왕 대표는 제품 브랜딩부터 제조, 생산, 온·오프라인 유통, 디자인, 촬영, 마케팅, 회계 등 상품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스스로 책임진다. 위 대표는 "20대부터 일찍 한 사업과 직장 생활 경험 덕분"이라고 했다.

남성용 섬유유연제 '제임스웍스'와 위진왕 대표 / 큐텐츠컴퍼니
남성용 섬유유연제 '제임스웍스'와 위진왕 대표 / 큐텐츠컴퍼니
첫 사업은 얼리어답터(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 보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열심히 운영했더니 회원수가 10만명을 넘는 대형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관련 광고주가 몰리면서, 하루 500만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거둔 날도 있다.
그렇게 번 8억원으로 인터넷전화·케이블TV ·이동통신 대리점을 냈다. 3가지를 결합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가입자를 모으는 매장이다. 이왕 하는 것 공격적으로 덤볐다. 경기도 일산에 두 곳, 파주에 한 곳. 총 세 곳의 매장을 한 번에 내며 대박을 노렸다.
-잘 되던가요.
"아뇨. 그때만 해도 인터넷·케이블TV·이동통신을 묶어서 가입하는 방식이 낯설었어요. 거기에 당시는 정부 규제도 많았죠. 제대로 된 마케팅이 어려웠습니다. "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세 곳 매장을 모두 정리했다. 투자금 8억원이 공중분해됐다.

위진왕(왼쪽) 대표가 직원들과 회의하는 모습 / 라이프타임웍스 제공
◇온라인 커머스도 실패
절망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자본금이 별로 필요없는 온라인 쇼핑에 도전하기로 했다.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괜찮은 제품을 찾아, 단 하루 최저가에 집중 판매하는 ‘원데이(one-day)형 쇼핑몰’을 열었다.
'원데이형'의 개성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쇼핑몰 이름을 ‘카르페디엠’(현재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이라 지었다. "중소기업의 알짜 제품을 열심히 찾아서 올렸더니 곧 반응이 왔어요. 원데이형 쇼핑몰 중에선 업계 2위까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프 등 대형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이 곧 카르페디엠과 비슷한 상품을 취급했다. 경쟁이 되지 않으면서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 어쩔 수 없이 3년만에 다른 업체에 쇼핑몰을 넘기고 빠져나왔다. "헐값이었요. 다시 빈손이 됐죠."
또 사업을 벌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소셜 커머스의 원조격인 미국의 ‘그루폰’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카르페디엠 하면서 얻은 '원데이형 쇼핑몰' 운영 노하우를 그루폰 한국지사에 이식시켜보겠다고 제안했죠. 그루폰 상품팀에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상품팀 매출이 그루폰 한국지사 매출의 40%까지 올라갔다. 상품본부장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길게 가지 못했다. 그루폰이 한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2014년 철수를 선언했다. 위 대표와, 함께 일하던 직원 50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때가 가장 마음이 아팠어요. 수십명 직원을 이끌면서 갖은 고생으로 키운 회사였는데, 한순간에 사라졌으니까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는 제임스웍스 / 라이프타임웍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는 제임스웍스 / 라이프타임웍스
◇출시 한달 만에 백화점 입성, 홍콩 수출도
다시 ‘내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지금의 '라이프타임웍스'를 만들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성을 공략하기로 했다. 첫 제품으로 남성용 샴푸 ‘보타네스’를 출시해 나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곧바로 출시한 두번째 제품이 남성용 섬유유연제 ‘제임스웍스(http://bit.ly/2MkJbOn)’다.
곧 반응이 왔다. "향은 사실 남성 스스로 만족하기 보다, 여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측면이 큽니다. 여성들은 강렬한 향보단 은은한 향을 좋아합니다. 바로 그 향을 섬유유연제에 담았더니 좋은 반응이 왔습니다. 여성이 좋아하는 남자향 제품이 된거죠."
-향수를 뿌리면 될텐데요.
"아무리 좋은 향수라도 몸 전체에서 일정하게 향이 날 수는 없습니다. 뿌린 자리에만 강하게 향이 날 뿐이죠. 제임스웍스는 몸 전체에서 은은하게 향이 나게 합니다. 고급 향수와 비교하면 훨씬 싼 가격에 보다 자연스러운 향을 내죠. 좋은 향을 위해 전문 조향사에게 개발을 맡기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고소득·전문직 남성이나 연애를 막 시작하는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온라인(http://bit.ly/2MkJbOn)을 중심으로 빠른 인기를 얻으며, 신세계, 갤러리아, 현대, SSG, 올리브영 등 입점에도 성공했다. "입점이 까다롭다는 신세계에 출시 한 달 만에 들어갔습니다. 정말 뿌듯했어요. 제임스웍스의 가치와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니까요. 이젠 수출도 합니다. 홍콩에 이미 나가고 있구요. 미국 수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쇼핑몰에 남성용 생활용품 카테고리를 만드는 게 꿈이다. "쇼핑몰에 남성용 화장품 카테고리가 생긴 게 15년이 넘었어요. 처음엔 생소했지만 지금은 국내만 연 1조2000억원 시장으로 커졌죠. 남성용 생활용품 시장도 그 정도로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각 쇼핑몰에 별도 카테고리도 생기겠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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