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억류 北선박, 2015년까지 국내 기업이 소유”…대북 제재 위반 논란

입력 2019.10.10 10:58 | 수정 2019.10.10 14:47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억류해 매각 처리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 호가 2015년까지 한국 선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 시각) AP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는 이날 와이즈 어니스트 호가 미 연방법원이 주관한 경매에서 매각돼 지난 7일 미국령 사모아를 떠났다고 밝혔다. 해안경비대는 이 선박을 매입한 업체에 대한 정보나 매각 가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매각 처리된 와이즈 어니스트 호는 폐선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검찰은 지난 5월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돼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은 와이즈 어니스트 호를 인도네시아로부터 넘겨받아 압류 조치하고 뉴욕법원에 이 선박에 대한 몰수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와이즈 어니스트 호를 판결 전 매각하게 해달라는 검찰 측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경매가 진행됐다.

미국 정부가 압류 북한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유족은 선박 소유권을 주장하는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매각 대금 일부가 웜비어에게 전달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억류해 매각 처리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지난 6월 미국령 사모아의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계류돼 있다. /VOA
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억류해 매각 처리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지난 6월 미국령 사모아의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계류돼 있다. /VOA
와이즈 어니스트 호가 북한에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까지 한국 기업 소유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는 이날 "와이즈 어니스트 호는 2015년까지 한국 깃발을 달았던 한국 선박이었다"며 "한국 선박이었던 와이즈 어니스트 호가 다른 국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북한에 매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VOA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정보 시스템과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등의 선박 정보를 인용해 와이즈 어니스트 호는 2004~2015년 ‘에니(Eny)’ 호라는 이름으로 운항됐고, 2015년 매각 당시 한국 기업들의 소유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아시아태평양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 자료에도 이 선박은 한국 선박으로 등록됐었는데, 이 때는 또 다른 한국 기업 소유로 나타났다.

VOA는 "2015년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에니 호는 이후 캄보디아 깃발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북한에 곧바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매각 직후 선박 이름은 ‘송이(Song I)’로 바뀌었는데, 이는 와이즈 어니스트 호를 소유했던 평양 소재 북한 업체 ‘송이 무역회사’와 같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VOA는 "북한 선박들은 일반적으로 평양에 있는 선박 운영회사와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며 "송이 호는 2015년 8월 선박의 이름을 지금의 와이즈 어니스트 호로 변경하고 선적은 시에라리온으로 바꿨고, 이후 탄자니아로 선적을 한 차례 더 변경한 후 2016년 11월 북한 깃발을 달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국 기업들이 한국과 미국의 독자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2010년 5.24 조치 등을 통해 북한과의 무역을 전면 금지했고, 미국도 선박 등을 거래할 때 미리 재무부와 상무부 등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6년부터 대북 선박 판매를 금지했기 떄문에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이 선박이 2015년 유엔 안보리가 제재 중이었던 북한의 원양해운관리회사(OMM)나 그 외 다른 제재 개인 혹은 기관과 연계된다면 제재 위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제재 전문가는 "한국 기업들이 당시 이 선박이 북한으로 곧바로 팔려갔는지 여부를 알았는지가 (제재 위반 여부 판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