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에 귀막은 대통령"… 화난 엄마, 유모차 끌고나왔다

입력 2019.10.10 03:54 | 수정 2019.10.10 09:53

[조국 게이트]
어제 '조국 반대' 두번째 광화문집회… 한국당 집회 없이도 꽉 차
청년·중장년층 등 참석자 다양, 경찰 "개천절 때와 비슷한 규모"
"대통령, 국론분열 아니라니 말이 되나"… 700명 靑 앞 노숙농성

조국 법무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시청 일대에서 열렸다. 지난 3일 열린 개천절 집회에 이은 두 번째 '조국 반대' 집회였다. 집회 신고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보수·기독교 단체 연합인 '문재인 하야 범(汎)국민투쟁운동본부'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집회를 "한국당이 전국적 총동원령을 내려 만든 집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아예 당 차원의 집회를 열지 않은 9일도 광화문·시청 일대는 시민으로 꽉 찼다. 경찰 관계자는 "개천절과 비슷한 인원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집회에선 대통령과 여권이 주장하는 이른바 '검찰 개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집회 참석자들은 저마다 '조국 아웃' '문재인 하야' '검찰 개혁? 검찰 장악!' 등의 피켓을 들었다. '조국 구속! 네 집구석이나 개혁해'라는 팻말도 보였다. "검찰 개혁은 가짜 개혁" "조국 아웃! 문재인 퇴진!" "조국을 구속하라" 등을 외쳤다.

특히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반대·지지 집회가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고, 검찰 개혁을 "국민의 뜻"이라고 언급한 데 분개했다. 권태상(59)씨는 "대통령이 국론 분열을 아무것도 아닌 듯 이야기하는데 안 나올 수가 있느냐"며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권을 사유화해 자기네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서초동에 나온 사람들이 그런 점을 알고서 검찰 개혁을 외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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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만에 다시 광화문 메운 조국 퇴진 집회 - 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가 조국 법무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들로 뒤덮여 있다. 지난 3일 열린 개천절 집회에 이어 6일 만이다. 시민단체와 개신교 단체, 서울대 동문 모임 등을 통해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조국 아웃! 문재인 퇴진!" "검찰 개혁은 가짜 개혁!"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청 앞까지 왕복 11~12차선 세종대로에 모인 인파를 파노라마 기법으로 촬영했다. /고운호 기자
중·고등학생 아들딸, 모친 등 3대(代)가 함께 나온 양은영(47)씨는 "대통령이 국민 이야기를 들은 척도 안 한다.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법을 어긴 범죄자가 법을 수호하는 법무장관이라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고상훈(40)씨는 "나는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 집회는 그냥 시민들이 틀린 걸 바로잡으려고 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라 경제가 걱정돼 나왔다는 사람도 많았다. 김모(42·서점 운영)씨는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대통령과 여당은 조국 한 명 때문에 정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정치보다도 제발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정광순(69·부동산 중개업)씨는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공실률이 더 늘었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조국 장관 임명으로 나라를 온통 어수선하게 만든 게 화가 나서 나왔다"고 했다.

세 살 아이가 탄 유모차를 밀던 김세훈(37)씨 부부는 "앞으로 내 아이가 살아갈 나라인데, 비도덕적이고 앞뒤가 다른 조국씨가 법무장관으로 있는 걸 용납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진주(21·대학생)씨는 "대통령은 입만 열면 '공정'을 외치지만, 이번 사태는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광화문·시청 일대 카페를 찾은 시민들이 창문 너머로 태극기와 '조국 아웃'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카페서도 "조국 아웃" -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광화문·시청 일대 카페를 찾은 시민들이 창문 너머로 태극기와 '조국 아웃'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남강호 기자
개천절 집회에서 형형색색 가발과 '답답해서 나왔다. 나라 망할까 봐' '아직도 우리가 개돼지로 보이느냐' 등이 적힌 노란 티셔츠로 관심을 끌었던 30대 여성들은 이날도 자녀들과 함께 나왔다. 대학 선후배 사이인 6명이었다. 그중 한 사람은 스스로를 '38세 양주 김씨 아줌마'로 소개하면서 "정부·여당이 '노인 집회'라고 폄하하길래 젊은 사람들도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톡톡 튀게 입고 나왔다"고 했다. 이들은 '딸 입시도, 사모펀드도, 조, 또 모릅니다' 등의 피켓도 들었다. 서울대 동문 200여명은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우리도 국민이다!" "이것이 정의인가? 대답하라 문재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후 2시를 전후해 집회 행사 무대가 설치된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남쪽으로 1.7㎞ 떨어진 숭례문 앞까지 왕복 11~12차선 세종대로(폭 약 60~100m) 구간이 집회 참가자들로 꽉 들어찼다. 광화문 사거리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약 200m 떨어진 르메이에르 빌딩까지 인파가 몰렸다. 개천절 집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오후 4시부턴 집회 참가자 약 3만명이 "문재인 물러나라" "조국 사퇴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부터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왕복 4차선 도로 700m(폭 약 20m) 구간이 발 디딜 틈 없었다. 인파에 떠밀려 아내와 헤어진 한 참석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책임져라. 마누라가 사라졌다"고 구호를 외쳤다. 범국민투쟁운동본부 회원 700여명은 이날 밤 10시부터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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