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풍력발전에 어장 빼앗겨… 생계 어쩌나"

입력 2019.10.10 03:24

통영·거제 등 7개 시군 어민들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단지 3조 넘게 들여 추진하자 강력 반발

"정부가 신재생 할당량 채우려 조업구역 축소해 생존권 위협"
경남도는 "경기 활성화에 도움"

경남 통영시 욕지도 앞바다에 여의도 면적의 40배 가까운 해상풍력단지가 추진돼 어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사업자의 계획대로라면 총 752㎿급 해상풍력단지 2곳이 욕지 앞바다에 조성될 예정이다. 해상풍력으론 세계 최대 규모다.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조업지 축소가 불가피하다. 어민들은 수백, 수천 명씩 집회를 열고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할당량 채우기에 급급해 어민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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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경남 통영시 한산대첩광장에서 경남 지역 어민 2000여명이 통영 욕지도 앞바다에 추진 중인 해상 풍력 단지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어족 자원 씨 말리는 풍력발전 웬 말이냐" "어업인 논밭에 풍력 말뚝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한산신문
지난 4일 욕지도 불곡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갈수록 수온이 높아져 물고기가 안 잡히고, 최근 해파리 떼가 극성을 부려 조업을 못 해 죽을 맛"이라며 "해상풍력기까지 설치해 조업구역이 줄면 뭘 먹고 살라는 말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도 주민들은 독성 강한 노무라입깃해파리 떼가 출몰해 조업을 못 나가고 마을 정자에 모여 있었다. 통영, 거제, 남해, 하동 등 7개 시·군 어민 2000여 명은 지난달 30일 통영시 한산대첩광장에서 "마구잡이 해상풍력 추진을 반대한다"며 궐기대회를 열었다. 경남 지역 19개 수협도 참여했다. 어민들은 통영시청까지 가두시위도 벌였다. 욕지 앞바다 조업권을 가진 경남 어선은 1만2000여 척에 달한다. 남해, 통영, 하동 등의 어민 800여 명은 지난 8월에도 남해군에서 생존권 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욕지도 해상풍력은 경남도 조사에서 풍속 7.2m/s로 경제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추진에 들어갔다. 2곳의 설치 예정 면적은 3213만 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약 37배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인 영국의 월니 익스텐션(Walney Extension·659㎿)보다 규모가 크다. 욕지도 서쪽 3~5㎞ 해상엔 ㈜욕지풍력이 두산중공업 등과 함께 사업비 1조6000억여원을 투입해 352㎿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남동발전과 현대건설 등도 남쪽 해상에 각각 350~400㎿ 단지 조성 계획을 세우고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를 받아 풍향 계측기를 설치한 상태다.

욕지도 해상풍력 추진 현황
어민들은 이처럼 대규모 단지를 추진하면서 피해 대책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주장한다. 사업 추진에 앞서 주민 동의도 제대로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상풍력기의 주탑은 수심 30~50m에 심어야 해 어민들의 주 어업지와 겹친다. 박태곤 통영해상풍력 반대대책위원장은 "국내 대표 멸치잡이 산지인 욕지 앞바다에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어민 수만 명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과정에서 해양생물 서식지 파괴, 윤활유, 연마제 등 화학물질 누출, 소음·진동 피해도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남도와 통영시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국책사업이며, 조선업 경기 활성화 등 지역 경제에 도움 되는 측면도 있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박만철(65) 불곡마을 이장은 "사업자 측에서 어업과 상관없는 펜션 업주들에게도 찬성을 받아갔다"며 "제대로 어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인허가 담당자는 "어민 피해 문제는 풍력 사업자와 주민들 간에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전병일 통영시의원은 "무작정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만 채울 게 아니라 개발이 가능한 바다 구역을 체계적으로 계획해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기 욕지풍력 본부장은 "어민들과 대화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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