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예산 낭비 막는데 소극적인 건 괜히 나섰다 피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 때문"

조선일보
입력 2019.10.10 03:00

[줄줄 새는 지방재정]
예산 절약 공무원에 주는 성과금 최다 수상 국토부 배한후 주무관

국토교통부 배한후 주무관
가계가 쓸데없는 돈을 낭비하지 않으려 애쓰듯, 국가 살림을 맡은 공무원도 '나랏돈'을 내 돈처럼 아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산을 내 돈처럼 아끼는 공무원이 적은 탓에 정부는 예산을 많이 절감한 공무원에게 포상으로 성과금을 지급한다.

국토교통부 배한후(47·사진) 주무관은 '예산성과금'을 가장 많이 받은 공무원이다. 배 주무관은 2013년(1회)과 2017년(2회), 지난해(1회) 등 총 4회 성과금을 받았다.

배 주무관이 예산성과금 최다 수상자가 된 비결은 역설적으로 공무원으로서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그걸 허투루 쓴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2017년 울산의 국도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흙과 돌을 큰돈 들여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인근의 국도 공사장에서 바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내 145억원의 예산을 아꼈다. 2016년에는 다리를 놓기로 한 구간에 흙을 쌓아 도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변경해 10억4700만원을 절약했다. 당시 인근 바다에서 양식업을 하는 주민들은 흙을 쌓는 과정에서 흙탕물이 바다로 흘러들 가능성을 우려했다. 배 주무관은 매달 열리는 주민회의 때마다 막걸리, 과일을 들고 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열심히 설명해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2013년 경북 김천의 국도 건설 현장에서는 터널시공 방식을 바꿔 12억2300만원을 아꼈다. 주변에선 "정해진 대로 대충 해도 되는 일을 왜 사서 고생하느냐" "무리하지 말라"며 말렸지만, 그는 6개월간 토질 심층 분석 등에 매달린 끝에 예산 절감에 성공했다.

배 주무관은 예산 낭비를 막는 데 공무원들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데 대해 "잘해 보려다 고생만 하고 손해만 볼 수 있다는 분위기 때문"이라며 "일을 벌이다 문제가 생겨도 큰 불이익이 없다면 나 같은 공무원은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시절 신문 배달원, 건설 현장 일용직 등으로 학비를 벌며 1999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배 주무관은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이 많은데 '각자의 위치에서 나랏일을 한다'는 사명감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직업"이라며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는 생각이 기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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