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조국처럼 깨끗한 사람을…" 어이없고 무섭다

조선일보
입력 2019.10.10 03:17

조국 一家 사방 널린 의혹과 거짓말·은폐·수사 외압까지… 조국 사태는 본인 자초한 것
대통령은 검찰을 대신 질책… 지지자는 義人 탄압으로 몰아… 권력 쥔 쪽이 弱者 시늉하나

김창균 논설주간
김창균 논설주간
'조국 사태'는 검찰이 만든 게 아니다. 검찰 수사 훨씬 전부터 의혹이 쏟아졌다. 정부에 비판적인 한두 언론이 발굴한 것도 아니다. 이 신문 저 방송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특종이 터졌다. 언론이 조국을 낙마시키려고 죽기 살기로 파헤친 것도 아니다. 조국 일가의 일탈은 사방에 널려 있었다. 낚싯대만 던지면 월척이 걸렸다. 속된 표현을 빌리자면 '물 반 고기 반'이었다. 머리기사 거리가 열 손가락을 두세 번 다시 꼽아야 할 정도로 많았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장관을 하겠다고 나섰던 후보자 중에 조국같이 흠결 많은 사람은 없었다. 역대 최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조국과 비교 가능한 다른 대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조 장관과 아내의 의혹 부인이 거짓말로 판명 난 일, 의혹을 은폐·조작하려다 들통난 일도 부지기수다. 법무장관이 자기 집을 압수수색하는 검사와 통화하며 "신속하게 끝내달라"고 주문한 상식 밖 처신도 드러났다.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조 장관이 물러났어야 할 국면이 최소한 열 번이 넘었다. 대한민국의 역대 다른 정권에서도 조국 법무장관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조국에게 장관 임명장을 줬다. 의혹이 산더미 같은 후보자를 장관에 앉히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조 장관이 압수수색 검사와 통화한 것을 국무총리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조 장관을 질책한 것이고 그게 상식이다. 다음 날 나온 대통령 특별 발표는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 회초리는 조국 대신 검찰을 향했다.

8·9 개각 이후 두 달이 흘렀다. 조국을 감싸 안은 문 대통령은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30%대 국정 지지율 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국 사태'가 '문재인 사태'로 번지는 예광탄이다. 총선을 앞둔 정권의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문 대통령은 도대체 왜 이런 자해행위를 하고 있나. 조국 민정수석 때 약점을 잡혔나, 아니면 조국 가족의 수상한 사모펀드 거래 속에 정권 차원의 비리가 숨겨져 있는 건가…. 여기저기서 불온한 음모론을 쑥덕거린다.

이른바 '문빠'들의 행태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조국 일가의 의혹에 눈 감고 귀 막았다. 보지도 듣지도 믿지도 않으려 한다. "다들 조국처럼 살아왔는데 왜 조국만 때리냐"고 한다. 어이가 없다. 조국 같은 반칙왕을 어디서 봤다는 건가. 어떤 지지자는 "조국처럼 깨끗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검찰이 사돈에 팔촌까지 턴다"고 주장한다. 조 장관 부부와 부모, 그리고 동생 부부는 웅동학원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사기 소송과 위장 이혼 수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장관 아내와 자녀, 처남과 그 자녀, 그리고 조카는 권력형 비리 냄새가 나는 사모펀드 운영과 투자에 총동원됐다. 이처럼 본가와 처가 전체 구성원이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있는 경우는 검찰에도 낯설 것이다.

검찰청사 앞에서 아우성치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 전야 헌법재판소 앞에서 울부짖던 친박들을 떠올리게 한다. 겉모습은 닮았지만 처지는 딴판이다. 그때 친박이 주군의 처형을 막으려 몸부림치고 있었다면 지금 친문은 민심에 어깃장 놓는 오만한 군주를 응원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지방 권력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는 울트라 수퍼 파워다. '윤석열 검찰'도 '김명수 법원'도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았다. 탄핵 트라우마에서 허우적거리는 야당은 여전히 지리멸렬한 상태다. 조국 사태 전까지 언론 환경도 친(親)정부 성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대통령과 집권 세력, 그리고 지지층이 방어 불능인 조국을 지키고 감싸려다 스스로 궁지에 몰린 것이다. 그래 놓고 '조국 사태'가 검찰과 언론과 자유한국당이 합작한 거대한 조작이라고 우긴다. 3대 거악(巨惡)이 뭉쳐서 약하고 의로운 문재인·조국을 탄압하는 것처럼 연극을 한다. 유튜브에선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 참가자들이 대형 화면 속 조국과 '홀로 아리랑'을 함께 부르는 광경이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며 울먹이는 대목은 '조국 그리스도'가 겪는 고난에 동참하는 신도들의 모습 그대로다.

집권 세력과 지지층이 파렴치한 위선자를 지키겠다는 '조국 수호 투쟁'을 벌이는 까닭을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헤아릴 방법이 없다. 말 그대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광경이다. 의식구조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운명을 2년 반 더 맡겨야 한다니 무섭고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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