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다' 하나 해결 못 하는 혁신 낙오국

조선일보
입력 2019.10.10 03:18

렌터카를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가 현재 1400대 수준인 차량을 내년까지 1만대로 늘리겠다고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가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타다를 향해 "부적절한 조치"라며 운행을 즉각 중단시킬 수도 있다고 극단적인 엄포까지 놨다.

'타다' 같은 새로운 차량 서비스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쾌적하고 믿을 만한 택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적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그만큼 기존 택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많았다는 뜻도 된다. 정부는 면허 제도를 통해 택시 산업을 관리해 왔지만 물량 조절도, 질적 개선도 모두 실패했다.

택시 기사들이 느끼는 생존 위기는 현실적 문제다. 택시업계는 공급 과잉에 수요 감소가 겹쳐 어려움이 가중돼 왔다. 서울의 경우 적정 택시가 6만대 정도인데 1만대 이상이 공급 과잉이다. 심야 버스 등 대체 운송 수단도 많아진 데다 질 낮은 택시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 불만도 많아 수요가 줄었다. 그런데도 구조조정과 서비스 혁신이 지체되니 새로운 차량 서비스가 나오자 곧바로 생존 위기에 몰리는 것이다.

국토부는 '타다' 같은 신규 차량 서비스업체도 택시 면허를 확보한 만큼만 운행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기존 진입 장벽을 보호하니 자본력 있는 대기업만 유리해졌다. IT 대기업 카카오가 대형 택시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최근 국내 최대 택시 프랜차이즈까지 인수했다. 신규 사업자는 막고 자본력 있는 대기업의 시장 장악을 돕는 게 한국식 혁신인가.

우리나라는 규제와 기존 업계의 이해관계에 묶여 중국·베트남에도 있는 공유 차량 서비스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표를 잃을까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정부 임기 5년 전부가 이런 식일 것이다. 지금 시대에 5년 뒤처지면 경쟁국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 곳까지 가 있을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