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전달자는 구속, 돈 받은 조국 동생만 불구속, 무슨 이런 法이 있나

조선일보
입력 2019.10.10 03:20

조국 법무장관 동생 조권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 장관 일가가 운영하는 사학재단 웅동학원의 교사 채용을 둘러싸고 돈 전달 심부름을 했던 종범(從犯) 2명은 구속하고, 정작 2억원을 받은 주범(主犯)인 조씨에 대한 영장은 기각한 것이다. 조씨 영장을 심리한 판사는 "주요 범죄(배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미 이루어진 점, 배임수재 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 피의자 소환조사, 건강 상태, 범죄 전력 등을 참작하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구속 여부는 유무죄와 상관이 없다. 그러나 피의자가 도망갈 우려가 있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을 때, 범죄 혐의가 상당할 때는 구속해 수사를 계속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장 기각은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이 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돈을 준 사람보다 돈을 받은 사람을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돼 있다. 조씨는 돈 심부름을 한 종범들에게 증거를 없애고 외국으로 도망가라고 사주한 혐의도 있다. 구속심사를 피하려고 하루 전날 허리디스크 수술을 핑계로 꾀병을 부리다가 서울로 압송되자 구속심사를 포기한다는 심문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통상 심사 포기는 구속을 피하기 힘들다고 스스로 판단한 혐의 인정인 경우가 많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지난 3년간 구속심사 불출석 사건 32건의 구속영장은 100% 발부됐다. 유일한 예외가 조국 동생에게서 발생했다. 전 대통령, 전 대법원장도 못 피한 공개 소환을 조국 아내부터 피할 수 있게 됐다. 피의자가 아프다고 그냥 집에 가는 일도 벌어졌다. 왜 이런 특혜와 반칙은 조국 가족에게만 일어나는가. 전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법원 스스로 법원에 오점을 찍은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조국 아내 정경심씨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사모펀드 운용사와 투자사 대표에 대해서도 조씨와 비슷한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 사람은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었다. 지난해 '사법농단' 수사 당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법원 수뇌부가 꼭 집어 영장전담 판사로 투입한 인물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처음으로 발부해 강제 수사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판사가 조국 일가 관련 사건 관련자 영장은 모두 기각시키고 있는 것은 우연인가.

앞으로 조국 장관에 대한 기소도 만만찮을 것이고 기소가 이뤄져도 재판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리 웅동학원 허위 소송이나 사모펀드, 교사 채용 뒷돈 수수 등 온갖 비리 의혹에 대한 기소가 이뤄져도 '돈 전달자는 구속하고 돈 받은 주범은 불구속'하는 판사가 재판을 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나.

이 영장 기각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조국 일가 수사와 관련해 "검찰권 남용의 방관자"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판사들을 압박하는 보고서를 공개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파렴치와 위선, 철면피, 범죄 혐의자가 정권 세력의 총체적 압박과 작전에 힘입어 '장관'이라고 유유히 돌아다닌다면 국민의 분노는 폭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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