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경제 튼튼하다더니… 이젠 "세계 경기 탓"

조선일보
입력 2019.10.09 03:51

줄곧 낙관론 주장해온 文대통령 "세계 무역 갈등으로 어려움 지속"
주52시간제 부작용에 대해선 "입법 지연 안타깝다" 국회 떠넘겨
김상조 "日규제 피해 하나도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세계 무역 갈등 심화와 세계 경기 하강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주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수출과 성장률 등 각종 지표 악화에도 "한국 경제는 탄탄하다"는 낙관론을 펴왔던 문 대통령은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탓을 외부 요인으로 돌렸다. 정부 출범 초반부터 추진하겠다던 규제 혁신 법안의 핵심인 '데이터 3법', 부작용을 낳고 있는 주 52시간제 대책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국회 입법 지연이 안타깝다" "입법 통과가 시급하다"며 국회에 공을 돌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의 침체에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 주도 성장 등 정책 실패의 요인이 크다"며 "인식이 잘못됐으니 남 탓을 하며 제대로 된 처방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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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왼쪽에서 둘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총리, 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연합뉴스
경기 회복 더디자 '세계 경기 하강' 탓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OECD 꼴찌로 추락했을 때도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고 근본적 성장세는 건전하다"고 했다. 실업률이 2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고 청년 체감 실업률이 25%로 치솟았지만 "일자리 지표가 개선되고 고용 안전망도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오히려 "근거 없는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경제는 문 대통령의 '희망'에 부응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였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2주년 방송 대담에서 '2분기부터는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 '잠재성장률이 2%대 중·후반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했지만 회복세가 생각보다 더디다"고 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세계 무역 갈등' '세계 경기 하강' 등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서 노조 중심의 노동시장 정책, 복지 지출 확대, 공공 부문 증대 등의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정부는 신성장 동력 창출과 경제 활력 제고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전 세계 경제가 심각한 '다운 턴'(경기 하강)으로 들어갔다"며 "한국 경제가 좋고 정부 정책이 모두 다 옳았다는 건 아니지만 한국만 (경제 상황이) 나쁘다거나 한국 정부가 모든 걸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건 잘못됐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 경제는 경쟁국들 경기가 좋을 때도 나빴고, 글로벌 경제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더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 52시간제 대책, 국회로 공 돌려

문 대통령은 또 "노동시간 단축도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도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계의 우려가 크다"며 "당정 협의와 대(對)국회 설득 등을 통해 조속한 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경제단체장 오찬에서도 "(주 52시간제 관련) 정부 차원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데이터 3법 등 핵심 법안의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적극적인 유권해석과 지침 개정 등을 통해 실질적 효과를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잘못된 정책의 책임을 국회로 미루는 '유체 이탈 화법'"이라는 지적과 함께 "'조국 사태'로 정국을 이렇게 경색시켜 놓은 대통령이 또 국회 탓을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문 대통령은 "며칠 후면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지 100일이 넘어간다"며 "정부와 기업의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대응, 여기에 국민의 응원까지 한데 모여서 지금까지는 대체로 잘 대처해왔다"고 했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 등이 직접적으로 한국 경제에 가져온 피해는 하나도 확인된 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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